영남알프스 100년 속살 사진전...25일부터 언양알프스시장서
배성동·김혜진 작가 수집한...흑백사진 30점 일반에 공개

▲ 1959년 배내골 이천분교 운동회 모습. 운동회는 오지마을에서 큰 행사였다. 교문에는 ‘낙성식 축 운동회’ 현수막이 걸려있고, 교정에는 개선문과 태극기와 만국기가 펄럭인다. 운동회 겸 낙성식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지역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30점이 전시된다.

영남알프스학교는 25일부터 9월30일까지 언양알프스시장 상가 2층 문화사랑방에서 ‘영남알프스 100년 속살사진전’을 연다.

석 달간 전시될 사진들은 배성동 작가와 김혜진 사진작가가 울주지역 마을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 장롱 속 깊숙이 넣어뒀던 옛 사진들이다.

배내골 이천분교 운동회(1959년) 모습과 신랑, 신부가 혼례를 치르는 모습, 옛 언양시장의 모습 등 사진 한장 한장이 모두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북과 장구를 든 소년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유독 눈에 띈다. 입대자를 격려하는 환송식(1962년)이 열린 모양이다. 머리에 태극모를 쓴 두 젊은이가 입대자다. 어깨에 두른 띠에는 ‘축 입영 김시환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석남사 주지스님 출신인 강우운의 출상(1965년) 사진도 전시되는데 상북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상(大喪)으로, 언양에서 석남사로 이어진 신작로를 따라 장례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구경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모관대를 쓴 신랑이 고개를 숙인 채 전통 혼례를 치르고 있는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신랑 주변에는 동네 조무래기들이 모여들었고, 담장 너머에는 신랑, 신부를 보기 위해 마을 아낙들이 목을 내밀고 있다.

100년 가까운 세월을 품은 사진도 있다. 1919년 언양보통학교 제5회 졸업기념 사진이다. 이 사진 속의 졸업생 27명은 모두 남학생이고, 요즘의 졸업식과는 달리 두루마기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진전에는 1972년 언양시가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최초로 공개된다. 머리에 물건을 이거나 어깨에 망태기를 늘어트린 소년, 소녀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언양 서부리 현 언양신협 맞은편으로 추정되며, 다닥다닥 붙은 상가 중에는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건물도 눈에 띈다.

배성동 작가는 “주민들의 옛 이야기를 찾아내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생활문화가 소중한 가치를 지녔음을 알려주고자 영남알프스의 100년을 세상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진전이 개막하는 25일 오후 5시에는 배성동 영남알프스 오디세이 작가의 인문학특강 ‘영남알프스 모든 길은 언양장으로 통한다’가 개최된다. 본보 주말섹션에서 ‘배성동의 영남알프스 견문록’을 연재 중인 배작가가 그동안 영남알프스를 누비며 알게 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다.

표범과 호랑이를 잡던 포수 이야기를 비롯해 소금장수·미역장수 이야기, 달천으로가는 쇠부리꾼 이야기 등을 그동안 그가 모아온 자료들과 함께 소개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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