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중턱 길이 890m 잔도...가운데 석문모양 길도 확인
경주~청도 잇는 최단 교통로...정비 기록 새겨진 마애비도

경북 청도군 운문댐 자락에서 삼국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옛길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박홍국 경주 위덕대 박물관장에 따르면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 일대 현장조사 결과 야산 중턱에 길이 890m의 잔도(棧道·벼랑에 낸 길)를 발견했다.

잔도 중간에는 바위 양 측면을 쪼아 석문(石門) 모양의 길이 33m나 이어져 있는 것도 확인했다.

공암리는 운문댐 수몰구역 끝으로 일제 강점기에 산줄기를 돌아가는 ‘신작로’가 만들어졌다. 이 신작로가 생기기 전에는 해발 150m 야산 능선의 벼랑에 축대를 쌓아 조성한 길로 다닌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 거리계측기로 실측한 잔도의 길이는 890m로 운문댐으로 수몰된 구간을 포함하면 1km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관장은 조선 시대 이중경(1559∼1678)의 유운문산록(遊雲門山錄)에 ‘길이 바위틈으로 가로질러 통하는데 틈의 길이는 백 척이나 되고 백보 정도 뻗쳤는데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밀양 청도로부터 경주까지 귀하신 분들이 이곳을 경유한다’는 기록은 이 석문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현재 전해지는 1600년대 기록이 가장 오래됐지만 공암 옛길은 신라 시대에 경주와 청도를 잇는 최단거리 교통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발 162m의 암벽에서 조선 순조 때 이 길을 정비했다는 기록이 새겨진 마애비도 발견됐다.

지상에서 4.6m의 바위 표면에 세로 150cm, 너비 100cm 크기로 51자가 새겨져 있다.

모성암(慕聖巖)이라는 제하에 仰之彌高(우러러보니 더욱 높고) 鐫之彌堅(뚫으려하면 더욱 견고하네) 出類拔萃(무리 중에서 우뚝 빼어났으니) 不階補天(사다리 없이도 하늘을 채웠네)라는 문구와 ‘聖上二十八年戊子四月日’, 시인과 석공 이름 등이 새겨져 있다.

성상(聖上) 28년 戊子年에 해당하는 것은 조선 시대 순조 28년(1828) 뿐이기 때문에 쉽게 고증할 수 있다.

박 관장은 “마애비는 옛길을 새로 확장·정비한 뒤 순조에 대한 송덕비 형식으로 새긴 것으로 토목공사와 관련한 국왕 송덕비는 아직 예를 찾을 수 없다”며 “아직은 기초조사 단계로 공암 일대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