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끝) 자연속 미술관이 된 폐교-‘시안미술관’

▲ 총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4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자료실, 수장고, 영상세미나실 등 다양한 시설과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카페도 마련돼 있다. 3층 전시실은 기둥 없이 탁 트인 공간에, 천장까지 높아 1~2층과는 사뭇 다른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북 영천 화산마을 안에 중세 유럽풍 3층 건물이 있다. 경북 영천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시안미술관’이다. 폐교를 활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11년에는 이 일대에서 대형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마을사 박물관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이 곳곳에 설치돼 마을 전체가 지붕없는 미술관이 됐다. 그 덕분인지 한달에 4000명 이상이 시안미술관을 찾는다고 한다.

▲ 경북 영천 화산면에 위치한 시안미술관은 1999년 폐교된 화산초등학교 가상분교를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개관했으며, 폐교를 활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뒤가 다른 폐교 속 미술관

경북 영천 화산면에 위치한 시안미술관은 1999년 폐교된 화산초등학교 가상분교를 매입해 만든 미술관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지 어느덧 17년. 여전히 ‘삐걱삐걱’ 나무바닥소리가 공간 곳곳을 채운다. 비록 책걸상과 칠판, 교탁은 사라졌지만, 미술관 바닥은 예전 학교 나무바닥 그대로다.

건물을 앞쪽에서 바라봤을 땐 폐교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런데 건물 뒤쪽으로 가면 의심할 것도 없이 학교 모습 그대로다. 건물 외관을 그대로 살려놓은 것은 물론이고, 체육공구실, 교장 관사, 물탱크 등의 시설이 그 당시 그대로 남아 있다. 교장 관사는 현재 작가들의 숙소로 쓰이고 있다.

운동장은 6000여 평의 잔디 조각공원과 함께 야외음악당으로 변신했고, 건물은 삼각 지붕의 유럽풍 3층 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총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4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자료실, 수장고, 영상세미나실 등 다양한 시설과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카페도 마련돼 있다. 당시 교실 규모를 짐작할 수 있도록 벽을 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전시실도 있다.

3층 전시실에 올라가자 그 많던 기둥이 모두 사라졌다. 기둥 없이 탁 트인 공간에, 천장까지 높아 1~2층과는 사뭇 다른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외부 수세식 화장실은 교육공간으로 변신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어린이예술체험교육 등이 진행되는 장소다.

◇중량감 있는 전시로 여론 주목

2004년 개관한 시안미술관은 10년 넘게 다양한 전시 및 교육활동을 이어오며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정부등록 1종 미술관으로 지정됐다. 특히 2005년부터 시작한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 공공기관, 내실 있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2007년에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교육기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마을 여기저기에 미술작품이 들어섰고, 이 마을에 ‘별별미술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시안미술관은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미술관 같지 않게 각 분야에서 유망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비록 지역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영천 지역작가의 작품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현재 이곳에서는 특별전 <김정, 아리랑>이 진행 중이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개관 때부터 전문가들이 주목할 수 있는 전시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덕분에 중량감 있는 전시로 미술전문가와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
“미술관 들어선 후 마을에 빈집 사라져”

사재 수십억원을 들여 폐교를 사고,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킨 사람은 언론인이었다. 변숙희(사진) 시안미술관 관장은 오랫동안 미술공부를 했거나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아니라 취미로 조금씩 미술 작품들을 모아왔던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 미술관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다음은 변숙희 관장과의 일문일답.

-시안미술관을 만들게 된 계기는.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일하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그동안 사 모은 미술작품이 꽤 많았던 터라 처음에는 대구 팔공산 밑에 집을 짓고, 응접실을 갤러리처럼 꾸밀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폐교로 방향을 바꿨는데 폐교를 매입해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것도 만만찮았다. 재정적인 압박감이 심했다. 개관하기까지 수십억원이 들었고, 중간중간 보수공사를 할 때마다 최소 1000만원씩 들어갔다.”

-미술관 외관 중 지붕이 가장 인상적이다.

“겉모습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데 지붕이 허술해져 지붕 보수 공사를 하면서 태양열로 바꿨다. 대부분의 폐교가 남향이다. 폐교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든다면 지붕을 태양열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았다. 건물도 재생, 에너지도 재생하고 있다.”

-개관 당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다. 다들 학교를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경운기를 몰고 와 데모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이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다. 빈집이 많은 마을이었는데, 미술관이 들어서고 미술 마을로 지정되면서 빈집이 사라지고 있다. 폐교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폐교를 활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지역에 조언 한다면.

“유휴공간을 활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그 건물의 원래 모습을 어느 정도 살려두되, 목적성은 뚜렷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에 목적을 두면 사업밖에 안 된다. 정직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수익은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