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 지난 2001년 부산바다축제의 일환으로 시작된 조선통신사 재현 퍼레이드는 조선통신사재현위원회 설립의 발단이 됐고, 2010년 부산문화재단으로 합쳐지면서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이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용두산공원, 광복로 일원에서 펼쳐진 ‘2016조선통신사축제’. 부산문화재단 제공

유네스코(UNESCO)로부터 보존가치가 뛰어난 유산으로 인정받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유네스코는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유산을 다룬다.

우선 197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선정된 ‘세계유산’(1031점·2015년 11월 기준)이 있다. 인류의 보편적이고 뛰어난 가치를 지닌 각 국의 부동산 유산이 해당된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802점), 자연유산(197점), 복합유산(32점)으로 세분화된다. 울산의 반구대암각화가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은 그 중 문화유산 부문에 등재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도 있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전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 국이 추천하는 무형유산을 심의, 선정한 뒤 등재한다. 119개국의 342점이 등록돼 있다. ‘처용무’나 ‘줄다리기’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부산문화재단 2012년 日에 제안
이후 4년만인 올 3월 신청서 접수
내년 6~8월께 등재여부 최종결정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일간 조선통신사 공동등재사업은 또다른 영역인 ‘세계기록유산’이다. 고문서 등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사업인데, 1997년부터 2년마다 유네스코가 관장해 왔다. 107개국 348건이 해당된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첫 해 훈민정음이 선정됐고, 지난 해에는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등재됐다.

◇일사천리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은 지난 2012년 부산문화재단(대표 이문섭)이 일본측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에 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4년 만인 올해 3월 한일양국을 대표하는 두 사업추진단은 부산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유네스코로 보내는 조선통신사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렇게 발송된 신청서는 유네스코의 심의를 거쳐 내년 6~8월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우리나라 또다른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있다. 이밖에도 직지심체요절, 난중일기 등 13건이나 된다. 이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수치이자 아태지역을 통틀어 최고의 기록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통신사가 내년 실제로 세계기록유산이 된다면 한일양국이 공동으로 등재하는 첫번째 사례로 남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등재신청목록에는 총 111건에 333점이 올랐다. 그 중 한국측 자료는 부산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에 걸쳐 9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총 63건 124점이다. 일본측 자료는 48건 209점이다. 쓰시마, 시모노세키, 교토, 구레, 나고야 등 13개 지자체와 3개 민간단체가 이 사업에 동참해 관련 유물을 선정했다.

이번 공동등재사업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등재신청작업이 불과 4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있지만, 유네스코와 상대하는 각종 사업들을 민간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을 통하지않고 직접 신청하게 된 이유는 문화재청의 공모 신청에 접수해 선정되지 않을 경우 다시 신청할 수 있는 구제의 여지가 없어지고 국내에서 2개국 이상 공동등재 사례가 없어 공모에 선정되더라도 이후의 과정에서 일본 측과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초 정부차원에서 2014년 3월에 공동신청하고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인 2015년 등재를 목표로 삼았으나, 양국외교관계가 경색되면서 한차례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것이 오히려 민간 차원으로 추진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부산문화재단은 공동등재 신청의 의미에 대해 단순한 이벤트나 등재를 위한 등재가 아닌, 조선통신사의 정신인 성신교린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일양국, 이웃나라 간에 다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과거사를 반성하고 치유해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기회로 삼자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부산문화재단 내 전담조직 구성
학회·전문가·시민도 일심동체
울산도 전담조직 구성 서둘러야

◇전담조직, 민간 및 학회와의 네트워크

불과 4년만에, 그 것도 한일양국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신청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승환 부산문화재단 국제협력팀장은 “일정 규모의 전담조직과 네트워크 간 공감대와 팀워크, 마지막으로 행정적 뒷받침”이라고 말했다.

전담업무를 보는 인력 규모는 아주 중요하다. 부산문화재단 내 세계유산업무를 관장하는 국제협력팀원은 모두 8명. 재단사업을 대외에 알리는 기획홍보팀도 따로 있다. 2014년 세계문화유산이 된 남한산성의 경우에도 경기문화재단 내 관련 인력이 17명이나 됐다.

▲ 지난 3월 부산중앙우체국에서 박승환 부산문화재단 국제교류팀장(왼쪽)과 일본측 아비루 마사오미 연지연락협의회 사무국장이 유네스코로 보낼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울산시의 경우에는 지난 2010년 대곡천 암각화군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지만 아직도 등재신청을 전담하는 조직은 구성되지 않고있다. 올해 초 시 문화예술과 내에 담당직원을 1명 배치했을 뿐이다. 내년 1월 출범할 울산문화재단 운영조례에 따르면 재단은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사업도 수행할 수 있다. 울산문화재단이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전담조직이 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충원 등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은 또 “전담조직이 힘을 잃지 않고 관련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조직이 필요하다”며 “관련 문화재의 중요성을 꾸준히 알려주고 학술적으로 뒷받침을 해 주는 전담 학회와 이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내주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등재사업의 경우에는 부산문화재단이 한일공동사업의 한국측 추진위원회를 이끌어왔으며, 이와는 별도로 전국단위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학술위원회도 운영돼 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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