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과정중심 평가 확대한 매산초
미래사회 이끌 인재육성 위해...학생 스스로 문제 만들어내고
풀이과정 찾아가는 훈련 시켜

▲ 울산시 북구 매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모둠별로 주어진 분수를 이용해 문제를 직접 만들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지난 17일 오전 9시 울산시 북구 매산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 수학시험을 치르는 시간인데 4~5명의 학생들이 모둠별로 앉아있다. 수학시험에 필요한 시험지와 연필, 지우개도 없다. 대신 ‘과정중심 수행평가지’가 모둠별로 놓였다.

수행평가지에는 ‘약분과 통분을 하라’라는 식의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학생들이 협력해서 주어진 분수를 이용해 문제를 직접 만들어봐라’는 문제가 나왔다. 학생들은 3개의 문제를 만들어야 했는데, 수업시간에 배운 약분과 통분을 활용해야 하고, 수학 공부와 관련된 문제를 만들어야 했다. 시험이 시작됐고, 모둠별로 학생들은 서로 생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날 평가를 진행한 황은아 수석교사는 “학생들도 본인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답이 틀려도 된다. 답을 향해 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과정중심평가”라고 말했다.

◇학기 내내 학습의 전체 과정 평가=누구나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공부하기 싫어한다. 참여수업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하는 여러가지 ‘동기’ 중의 하나로 과정중심평가가 꼽힌다.

과정중심평가는 쉽게 말하자면, 학생들 학습의 전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40분짜리 수업이나 한번의 시험시간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기 내내 학생의 다양한 영역을 평가한다. 학습 계획부터 내용, 결과, 틀린 답을 고쳐가는 과정, 수업 태도, 토의·토론 자세, 질문내용, 역량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날 수학시험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문제를 만들어낸 학생들이 있었다. 황 수석교사는 모둠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설명했다. 또 적합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학생들은 적합하지 않은 문제를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 고민해서 또다른 문제를 적어나갔다. 문제를 잘 만들지 못하는 모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문제를 잘 만들어낸 모둠이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황 수석교사는 “과정중심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평가주체도 다양하다”며 “교사평가도 있지만 학생 스스로 자기자신을 평가하고, 학생들 끼리 상호 평가를 하기도 하며, 학부모 평가도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의 인식변화 이끌어내야=매산초등학교는 과정중심평가를 확대하면서 ‘지필고사’를 없앴다. 매산초의 시험은 서술형 시험이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과정중심평가와 수행평가로 치러진다.

과정중심평가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참여수업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다. 매산초 교사들은 2월부터 3월초까지 한달이 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급마다 매월 20차시의 학생참여수업을 마련했다. 주제를 정해 주제를 중심으로 결과물까지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학습’을 만든 것이다.

과정중심평가의 과제도 있다. 학부모들은 ‘과정중심평가가 객관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매길 수 있느냐’ ‘참여수업만으로 공부가 되고 성적을 올릴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매산초 성화영 연구부장은 “대학 입시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학교생활 전반을 기록해놓은 생활기록부로만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문제집만 풀고 혼자만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니다. 초등학생때부터 토론하고 협력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학생이라면 추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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