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새 풀을 찾아
쉴 새 없이 달리는 양들은
잠 잘 때와 쉴 때에만
제 뼈가 자란다

푸른 나무들은
겨울에만 나이테가 자라고
꽃들은 캄캄한 밤중에만
그 키가 자란다

사람도 바쁜 마음을 멈추고
읽고 꿈꾸고 생각하고 돌아볼 때만
그 사람이 자란다

그대여, 이유없는 이유처럼
뼈아프고 슬프고 고독할 때
감사하라, 내 사람이 크는 것이니

힘들지 않고 어찌 힘이 생기며
겨울없이 어찌 뜨거움이 달아오르며
캄캄한 시간들 없이 무엇으로
정신의 키가 커 나올 수 있겠는가

▲ 박정옥 시인

피터 드러커는 ‘진짜 교양 있는 인재란 자신이 무엇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드니 반교양은 된다고 하면 말이 될까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르게 변하는 패턴을 따라잡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지는 상태가 노화를 재촉합니다. 멈추어라! 주문을 걸어도 휘둘려 갈 뿐입니다. 바쁜 마음을 멈추고 읽고 꿈꾸고 생각하고 돌아볼 때만 사람이 자란다면 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구나 싶습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듯 뼈아프고 슬프고 고독할 때면 그저 감사하고 감사해야 겠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때론 혼자 있고 싶어 할 때는 어둡고 캄캄한 시간을 견디며 놀랍도록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는 것이니까요.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