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국내외 선진 사례를 배우다
(7) 안전사고 예방, 기업 의지에 달렸다-울산

▲ 현대중공업 본사 1독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골리앗크레인의 와이어를 정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국 만큼의 산업안전을 확보하는게 불가능할까.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빨리 빨리’ ‘설마’ ‘나 하나쯤이야’ 등의 문화를 극복하긴 아직 시기상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영국 이상으로도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안전함에 있어 영국 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장이 있다. 바로 한국솔베이 온산공장이다. 이 공장은 그룹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안전평가에서 영국솔베이를 포함한 그룹 산하 전 세계 공장을 제치고 당당하게 1위에 올랐다.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그룹 안전평가
53개국 100여개 공장 중 1위에 올라
크로스 체킹 통해 사각지대 없애
현대重은 내달부터 절대수칙 시행
기본과 원칙의 안전문화 정착 기대

◇한국솔베이 모든 직원의 업무는 ‘안전’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직원들에게 각자 맡고 있는 업무를 물어보면 ‘안전’이라는 공통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기획이나 인사, 총무 등 안전 업무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부서 직원들까지 안전업무를 담당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실제로 300여명의 직원들은 사무직, 생산직 구분 없이 안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본인의 전체 업무를 100으로 봤을 때 이중 30%가 안전업무다. 안전 담당자는 각 부서, 직원들이 제대로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지 살피는 감사(60%), 안전 관련 정보 입수(20%), 직원 소통 및 교육(20%)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솔베이그룹 내에서도 온산공장이 가장 모범적인 HSEQ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룹이 지난 2013년 전세계 53개국 100여개 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평가에서 온산공장은 96.1점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 평가는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솔베이 온산공장이 산업안전 관련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 등 유럽 국가보다 안전성에 있어 우수한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크로스 체킹을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위험성 평가 기법을 통해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있다.

▲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하루 동안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점검 및 안전 대토론회를 열었다. 팀, 반별로 안전점검 실시 결과에 대한 발표 및 토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법이 보건·사람안전 분야 CTA(작업 사람 안전 및 보건 위험성 평가), 산업위생 분야 SOCRATES(화학물질 노출 평가), 공정안전 분야 SRD·PHR(위험성이 높고 복잡하거나 낮고 간단한 공정에 대한 위험성 평가), 환경 분야 ERA·ESA(환경 위험성 평가 및 환경적 중요도), 제품안전 및 품질 분야 PSMS(제품책임관리 시스템)·FMECA(이상 위험도 분석), 운송안전 분야 TRA(운성 위험성 평가) 등이다.

◇‘시작이 반’…現重 절대수칙 도입

올해에만 중대재해가 5건이나 발생한 현대중공업이 늦은 감이 있지만 강력한 안전정책 시행을 천명했다. 우선 7월1일부터 절대수칙을 시행한다. 이동 또는 작업 중 스마트폰·이어폰 사용 및 흡연 금지, 고소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 도장·화기 혼재작업 금지, 사내 규정속도 준수, 안전장치 임의 제거 및 해체 금지 등 12가지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준수해야 할 사항이지만 그동안 작업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보니 강력한 처벌을 동반한 안전수칙을 내놨다.

최초 적발시 안전 아카데미 입소, 집중 교육 이수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1년 이내 다시 적발되면 원청업체 근로자의 경우 인사위원회 회부, 협력업체 근로자의 경우 1년간 사업장 출입이 제한된다.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의 경우 사실상 해고인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4월20일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전사 안전 대토론회’를 실시했다. 모든 임직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작업장의 위험요인을 재점검하고 불안전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또 지난 5월1일부로 기존 경영지원본부 소속이었던 안전부서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본부격인 안전경영실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 관게자는 “올해 첫번째 경영방침으로 ‘기본과 원칙의 안전문화 정착’을 내세웠다”며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절대수칙을 적용하는 동시에 작업장 위험요인 개선에 나설 경우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현철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총괄부공장장

[인터뷰]박현철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총괄부공장장
“모든 작업·설비서 잠재적 사고 징후 찾아”

노력 없이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전세계에 뻗어 있는 그룹 내 145개 공장 중 안전평가 1위에 오른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역시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안전보건 매니저인 박현철(사진) 총괄부공장장은 “솔베이에서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룹 내 안전규정 이외에도 전직원 안전업무 부여 등 온산공장만의 특별한 정책을 추진해 그룹 내 최고 안전 사업장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부공장장은 “수많은 위험성 평가 기법을 통해 모든 작업 및 설비에 대한 자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잠재적 사고 징후 등을 찾아내 개선하는 활동을 한 것 역시 안전사업장이 된 비결 중 하나”라고 꼽았다.

박 부공장장은 현재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보건 멘토 1호이자 울산안전소통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울산산업안전보건협의회 위원, 울산과학대 겸임교사, 안전보건공단 외래교수 등도 겸임한다. 그가 대외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솔베이 온산공장 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근로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업장 책임자들이 행동으로 안전리더십을 발휘하면 직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어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이는 품질·생산성 향상, 노사화합으로 연결돼 경영성과도 나아진다”며 “산업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 CEO부터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이왕수기자 wslee@·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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