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이전 놓고 주민·군부대·자치단체 간 갈등 증폭

군부대가 지자체의 도심에서 변두시로 쫓겨나고 있다. 각종 도심 개발과 정치인들 이전 공약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국토를 수호하고 지역 방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자치단체 내 군부대가 이제는 ‘애물단지’로 취급되는 것이다.

군부대 이전 문제는 소지역주의, 님비(Nimby) 현상과 맞물려 주민과 군부대, 지자체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사업에 따라 군부대가 들어선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받아라” “못 받아”… 군부대 이전 ‘갈등의 불씨’

전주시는 옛 35사단 사령부 이전 이후 마지막으로 남은 전주항공대대와 예비군훈련장 이전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옛 35사단에서 약 3㎞가량 떨어진 전주시 외곽(도도동)으로 옮기는 항공대대 이전사업을 착공해놓고도 정작 주민 반발로 기초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보상 문제와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마을 주민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예비군훈련장 이전사업도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전 예정지인 106연대가 속한 완주군과 주민의 반발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전주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는 신북읍 율문리 군 비행장 소음 피해를 두고 주민과 군부대 간 갈등이 발생했다. 군부대는 방음벽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소음을 줄이려 하나 주민들은 부대 이전을 요구한다.

홍인표 춘천비행장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50년 넘게 주민들은 가축 불임, 발육 부진, 농작물 피해, 일상생활 불편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군비행장 이전”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국방부가 수도권에 흩어진 예비군훈련장을 통합, 인천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인천 계양·신공촌·주안·공촌, 경기 김포·부천 등 6개 예비군훈련장을 합쳐 2019년 부평구에 ‘통합예비군훈련장’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달 초에는 부평구 통합이전 반대 주민들이 국방부를 찾아 서명부를 전달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외곽으로, 외곽으로”… 개발로 밀려나는 ‘군부대’의 서러움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소재 옛 35사단(1955년 창설)의 임실군 이전은 도심 개발 때문에 외곽으로 밀려난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12월 임실군으로 이전한 옛 35사단의 부지는 현재 대규모 아파트와 상가 등 다양한 복합시설이 들어서는 중이다.

1955년 12월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들어선 옛 35사단이 임실군으로 밀려나게 된 것은 인근 주민의 민원과 방대한 군 부지를 상권으로 활용하려는 자치단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울산 옥동 군부대 이전 논의도 활발하다. 이 지역이 아파트 단지와 법조, 교육 중심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968년에 조성된 옥동 군부대 이전은 지역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지난 4.13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3명도 군부대 이전에는 이견이 없다.

정준금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심의 군부대 부지는 대단위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땅”이라면서 “시민들은 군부대를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혐오시설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양구군 봉화산 태풍사격장 표적지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관광에 좋은 봉화산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 탓에 수십 년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군부대 이전지 “상권 살아난다” 반색… 긍정 효과 ‘톡톡’

전북 임실군 소재 35사단의 이전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주에서 이곳으로 사단이 옮겨온 것은 2013년 12월이다. 6천∼7천여명의 훈련병과 연간 6만여명의 면회객으로 임실군 상권이 되살아났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이 시골 도시는 숙박업소와 음식점의 매출 증가로 상당한 활기를 띠고 있다. 35사단과 임실군은 사단 이전으로 약 2천여명의 인구 유입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한다.

60년간의 창원시대를 마감하고 2015년 6월 함안군 군북면으로 공식 이전한 육군 39사단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직은 이전한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아 기대효과가 뚜렷하지 않지만 상근 병력과 가족, 일반 사병 등 3천여명에 달하는 인구 증가와 면회객 방문으로 상권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군은 전망한다.

임실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35사단의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으나 사단이 들어오고 상권이 되살아나자 군부대 이전을 우려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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