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없이 팀 꾸린...잉글랜드 16강서 탈락
아이슬란드에 역전패

▲ 아이슬란드는 전반 4분 웨인 루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주었으나, 곧바로 전반 6분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이 동점골을 만들어내고 이후 전반 18분 콜베인 시그도르손이 결승골을 성공시켜 잉글랜드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은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시구르드손(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유럽 축구 무대에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경험했다.

잉글랜드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유로 2016 16강전에서 1대2로 역전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잉글랜드의 탈락이 확정되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이름을 흉내낸 트위터 계정에는 “또다시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트위터에는 “로이 호지슨 감독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를 유럽에서 분리시켜 주는 것을 이미 경험해 본 것 같으니…”라며 잉글랜드의 16강 탈락을 비꼬았다.

잉글랜드가 유로 2016 대회 16강에서 탈락한 것은 정치판의 브렉시트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브렉시트의 핵심은 ‘이민 억제·주권 회복’이다.

공교롭게도 유로 2016에 나선 잉글랜드 대표팀 23명은 모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특히 대표 선수 가운데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이민자 출신 선수가 전혀 없는 ‘순수’ 잉글랜드 출신 선수로만 짜였다.

이런 가운데 ‘전차군단’ 독일 대표팀의 미드필더 메주트 외칠은 터키 이민자 3세이고, 수비수 제롬 보아텡은 가나 출신 아버지를 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독일의 1호골 주인공은 알바니아계 수비수인 시코드란 무스타피였다.

또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브라질에서 귀화한 공격수 에데르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을 앞세워 전원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는 선수로만 대표팀을 꾸리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가 강해진 것은 구단들의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서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강해지자 잉글랜드는 자국 선수 보호 차원에서 워크퍼밋(노동취업허가서)의 발급을 강화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사실상 ‘이민 억제 정책’과 비슷한 효과다. 게다가 브렉시트 가결로 유럽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의 문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더불어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자존심이 강하지만 실제 메이저 대회에서는 ‘축구 강국’의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1966년 대회 우승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4위가 그나마 눈에 띄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유럽선수권대회 역시 1968년 대회와 1996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는 그저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로이 호지슨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부터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도해온 호지슨 감독은 좀처럼 자신의 전술을 바꾸지 않는 뚝심으로 유명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에 1대1로 비기며 경기력에 비판을 받았지만 웨일스와 2차전에서도 러시아전에 나섰던 베스트 11을 그대로 기용했다.

웨일스에 2대1 역전승을 거뒀지만 결국 잉글랜드는 웨일스에 조 1위 자리를 빼앗기고 2위로 16강에 올랐다가 아이슬란드에 무참히 패했다.

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해리 케인을 주전으로 기용하며 제이미 바디보다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고집도 꺾지 않았다. 결국 호지슨 감독은 16강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축구판 브렉시트’의 멍에를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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