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내각서 가능성 시사...구체적인 대안 제시 잇따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후회하는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영국 내에서 재투표 또는 무력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영국 보수당 내각에서도 재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왔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된다”며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시점으로) 시계가 재깍거리기 전에,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영국민 앞에 국민 투표 또는 총선 공약의 형식으로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탈퇴하려는 회원국이 결별을 선언한 시점부터 2년 이내에 EU와의 향후 무역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탈퇴 협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2년이 되면 자동 탈퇴가 된다.

브렉시트가 가결된 후 후회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결과를 무력화할 각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보수당 내각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EU 회원국 가운데서는 폴란드, 체코 등이 영국의 재투표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EU 주요 회원국과 집행위원회 등은 탈퇴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영국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만큼 헌트 장관의 주장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독일 베를린 회동에서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전에는 협상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점을 합의했다.

헌트 장관은 “국민은 목소리를 냈고 의회는 이를 들어야 한다. 영국은 EU를 떠나야만 하고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떠나는 조건에 대해서 투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의회에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없다”며 “결정은 수용돼야만 한다는 데 내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명 칼럼니스트 기드온 래크먼은 브렉시트가 실제 벌어질 경우 영국과 유럽연합(EU) 모두에게 너무나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양측이 결국 타협할 가능성이 크며 재투표가 현실적인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동당 내각에서 각료를 지낸 데이비드 라미 하원의원도 지난 26일 가디언 기고를 통해 의회가 자체 권한으로 재투표를 의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선거개혁에 대한 국민투표와 달리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권고적인 것이며 구속력이 없다며 500명 가까운 의원들이 잔류를 선택한 만큼 의회가 표결로 재투표를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만약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EU 잔류를 위해 영연방을 떠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브렉시트를 찬성한 유권자들도 이는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도 사후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재투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당초 약속과 달리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후임 총리에게 넘김으로써 향후 영국 정치 상황에 따라 50조가 실제 발동되지 않을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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