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노조 위원장 부기장으로 강등 징계…갈등 격화

대한항공 조종사 1천여 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조종사노조)이 설립 16년 만에 거리로 나와 임금 정상화와 함께 회사 측의 윤리경영을 촉구했다.

대한항공은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의 징계절차를 다시 진행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은 앞서 이 위원장이 항공기 출발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며 징계결정을 내렸으나 실제 집행은 유보했었다.

조종사노조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2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사측은 임금협상에서 1.9%라는 수치만을 제시하고 단 0.01%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구성원 임금협상에는 부정적이면서 한진그룹 일가가 거액의 대한항공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매년 배당을 받아가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부실경영, 책임지지 않는 경영으로 정상궤도를 심각하게 벗어난 대한항공을 외부 감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공개 청원했다.

노조는 작년부터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2월 20일부터 노동 쟁의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일반 직원 1만여 명으로 이뤄진 일반노조는 같은 현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조종사노조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동료들의 고용까지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대한항공 측은 “대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는데도 조종사노조가 서울 시내에서 악의적으로 회사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며 “전 임직원을 볼모로 삼는 조종사노조의 이기적인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내용의 징계절차를 밟아 당사자에게 통보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1일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하기로 결의했으나 일단 유보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 위원장이 4월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KE905편의 비행 전 사전 브리핑을 통상적인 20여분을 고의로 넘기면서 결과적으로 항공기 출발을 45분가량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일로) 그동안 유보했던 이 위원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부득이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노사 대화를 통한 교섭 타결이라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대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징계와 관련해 조종사노조는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대한항공의 부당노동 행위에 맞서 모든 법적 조처를 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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