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뒹굴다 보니 눈에 묻은 머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손으로 닦아내는 사이 함께 온 친구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인파속에 저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됐어요. 모두가 머드 범벅인 사람들 속에서 친구 찾기란 불가능했죠. 결국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돼 머드를 뿌리며 놀았습니다. 서로 뿌린 머드가 눈앞을 가려 수없이 닦아내야 했지만 그저 즐거울 뿐이었어요.”

7월15~24일 보령 대천해수욕장 일원
머드감옥·머드탕·머드슬라이드 등
행사장 곳곳 다채로운 즐길거리
15~16일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16일엔 월드스타 싸이 스탠딩 콘서트
머드록페스타·글로벌힙합콘서트도

조인환(28·서울)씨는 보령을 꾸준히 찾는다. 그는 “보령머드축제를 못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머드축제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나올 정도로 마니아다.

 

조씨는 올해 휴가 일정을 벌써 잡아놓았다. 행선지는 변함없이 보령머드축제. 차일피일 미뤘다가는 차편과 숙소를 구하지 못해 자칫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월드스타 싸이가 스탠딩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더욱 분주해진다.

그가 처음 보령을 찾았을 때는 새내기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업무에 시달리는 넥타이부대가 돼버렸다. 하지만 머드 탕에서 뒹굴다보면 넥타이족(族)에서 개구쟁이 시절로 금세 되돌아간다고. 조씨는 보령 머드축제의 매력을 ‘누구나 장난스럽게 놀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녀노소, 국적에 관계없이 머드를 바르면 모두가 장난꾸러기 어린아이가 됩니다. 온몸에서 흰 곳이라곤 웃을 때 보이는 이뿐이죠. 스페인 토마토축제에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뜨거운 백사장 안녕” 이젠 차가운 머드를!

무더운 여름 백사장을 밟는 것이 너무 뜨겁다면 차가운 진흙탕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비오는 날 신발에 잔뜩 묻은 진흙은 꽤 불쾌감을 주지만, 보령 머드를 몸에 바를 땐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136㎞의 해안선을 따라 고운 진흙이 펼쳐진 곳. 충남 보령시 신흑동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다음달 15~24일 ‘제19회 보령머드축제’가 열린다. 1998년 머드화장품과 해수욕장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된 보령머드축제는 보령을 전국적인 휴양도시로 견인했다. 지난해에만 320만 인파를 동원했다. 인터넷에서 ‘보령’을 검색하면 ‘머드축제’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머드축제가 열리는 대천해수욕장 일대는 도로명 주소까지 ‘머드로(路)’다.

 

보령 머드축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머드축제는 보령 명물인 진흙을 이용해 마사지 및 각종 놀이를 즐기는 축제다. ‘버려도 되는’ 옷을 입고 머드가 가득한 머드 탕에서 진흙을 던지고 구르기를 해보면 된다.

처음부터 몸을 던지기 부담스럽다면 머드 보디페인팅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노랑, 파랑, 초록 형형색색 머드를 바른 뒤 휴대전화 카메라로 인증 샷을 몇 번 찍다보면 머드는 어느새 친구로 다가와 있으리라.

머드 감옥은 누구나 즐겁게 갇히고 싶은 공간이다. 서너 명이 머드 감옥에 수감되고 나면 행사 진행요원들이 바가지에 머드를 가득 담아서 안으로 뿌려준다. 이곳만큼 유쾌하게 수감될 수 있는 감옥이 있을까.

 

많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면 대형 머드 탕도 좋다. 이곳에서는 머드가 가득 깔린 풀장 안에서 단체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만약 레크리에이션 게임에 약하더라도 부담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벌칙은 쏟아 붓는 머드를 시원하게 맞는 것뿐.

보령의 머드에는 다양한 무기물질이 함유돼 있다. 피부 진정작용에 효과가 탁월해 맞으면 맞을수록 좋다. 이외에도 대형 미끄럼 틀(머드 슬라이드), 머드 물대포와 머드 폭탄을 맞으며 즐기는 ‘머드몹신’, 2인1조 게임인 ‘머드러브러브’ 등이 곳곳에서 준비된다.

머드축제 프로그램들을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주의해야 한다. 머드에 몸을 적시기 시작하면 그 질척함에 익숙해져 다시는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드축제 프로그램으로 1%가 부족하다면

머드 행사장은 보령 머드축제 기간 중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하루 8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득 깔린 머드에 몸을 던지는 것만큼 유쾌한 축제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기다리고 있다.

우선 7월16일 축제 개막 공연은 ‘싸이’가 스탠딩 콘서트로 장식한다. 보령머드축제가 연간 3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축제라는 점을 감안한 행사다. 22일과 23일에는 ‘머드록페스타’ ‘글로벌힙합콘서트’가 각각 준비돼 있다. 낮에는 머드 행사장에서 뛰고 구르며 시원하게 즐기고, 저녁에는 록·힙합 음악으로 뜨겁게 보낼 수 있다.

15일과 16일에는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군 특수비행부대인 ‘블랙이글스’는 파랗고 빨간 연막을 공중에 내뿜으며 대천해수욕장 여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화려한 편대비행에 연신 탄성을 자아내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올해 보령머드축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지난해 방문객은 320만명(외국인 30만명 포함)이었다.

한편 머드 행사장 입장시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료는 평일 1만원(어린이 7000원), 주말 1만2000원(어린이 9000원)이다.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 30%, 현장 예매 70%로 판매된다. 주말의 경우 입장권 매진으로 현장 발권이 어려울 수 있어 인터넷 예매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문의 (041)930·3882. 전효성 수습기자 hyosung92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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