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통영연극예술축제가 ‘관객과의 연극 여행’(Story Road Teller)이라는 주제로 7월8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해 통영연극예술축제의 ‘꿈사랑 나눔 스테이지’ 장면.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 제공

“고도 씨는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고 전하랬어요.” 무대에 오른 한 소년이 말하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또 다시 기다린다. 등장인물은 단 다섯 명, 무대엔 앙상한 나무 한 그루뿐. 화려한 무대장치도, 치열한 심리전도 없지만 배우 숨결까지 들리는 소극장에선 마법에 걸린 듯 누구나 눈앞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현대 부조리극의 정수로 알려진 ‘고도를 기다리며’가 초연 후 46년째 무대에 오른다. 올해 통영연극예술축제는 개막작으로 극단 산울림이 축제 서막을 열게 됐다. 통영을 무대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다양한 장르의 연극과 다채로운 공연이 통영연극예술축제를 꾸민다.

7월 8~17일 통영시 곳곳서 개최
개막작 ‘고도를 기다리며’ 등
관객과의 연극여행 주제 다양한 작품
무용공연·작품전 등 볼거리도 다채

◇연극·무용·작품전 등 지역연계 프로그램 풍성

제8회 통영연극예술축제(TTAF)가 ‘관객과의 연극 여행’(Story Road Teller)이라는 주제로 다음달 8일부터 17일까지 경남 통영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기간 통영시민문화회관, 벅수골 소극장, 강구안 문화마당 등은 연극뿐 아니라 무용 공연, 작품 전시 등 지역과 연계된 콘텐츠로 채워진다.

지역 대표 공연예술제로 2년 연속 선정된 만큼 올해도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음악가 윤이상(尹伊桑), 소설가 박경리(朴景利), 시인 김춘수(金春洙) 등 걸출한 예술인을 배출한 ‘예향(藝鄕)’으로서 지역 가치를 통영연극예술축제로 이어가게 된다.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 측은 통영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공간·인물에 가장 집중하면서 통영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콘텐츠가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자 신연극의 요람지입니다. 지역문화예술 중에서도 연극은 특정 전유층 없이 다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의미를 재창조해나가는 특성이 있죠. 그 지역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끼리 교류하기에도 좋은 문화콘텐츠입니다.”

▲ 제8회 통영연극예술축제 2016 상연작 ‘허풍쟁이’.

◇통영 배경 연극 보고 배우와 관광도

올해 축제는 ‘TTAF스테이지­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연극’ ‘가족극 스테이지’ ‘꿈사랑 나눔 스테이지’ ‘생활 속의 스테이지’ ‘섬마을 스테이지’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중 TTAF스테이지와 가족극 스테이지를 통해 실내에서만 총 10편의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연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을 위한 추천 작품도 있다. ‘동치미’ ‘술래야 놀자’ ‘꽃잎’ 등 세 작품의 소재는 모두 통영과 관련이 깊다. 연극 자체의 수준도 상당하다.

‘동치미’는 통영 출신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金相沃) 선생의 순애보를 모티프로 했다. 2013년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연극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통영을 배경으로 한층 더해진 연극의 묘미가 쏠쏠하다.

‘술래야 놀자’(이방인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이주 어촌 오카야마를 배경으로 일본인 소년과 조선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폐막작인 ‘꽃잎’은 지난해 통영연극예술축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청마 유치환(柳致環)과 여류시인 이영도(李永道)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이 작품들은 ‘초짜 관객’이라도 즐기기에 흥미로울 뿐 아니라 ‘여행’을 접목해 가족단위 관객에게도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연극 관람 후 관객들은 출연 배우를 따라 작품 배경이 된 공간과 인물을 찾아 떠나고, 배우가 직접 이야기꾼 역할을 하며 연극여행을 이끈다. 올해 통영연극예술축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연극 관광상품이다.

이외에도 한국 탈놀음 마당극 형식의 전통연희 ‘허풍쟁이’, 러시아 뮤지컬 ‘거짓말쟁이’, 작정하고 관객을 웃길 퓨전사극 코미디 ‘어쩌다보니’, 청소년 성장뮤지컬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통영 문화콘텐츠 발굴로 지역 브랜드 창출

무엇보다 올해 축제는 통영의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지역만의 브랜드로 창출하려는 목적이 크다. 서울 소재 극단들도 통영의 인물이나 지역과 관련한 창작극으로 참여한다. 서울예술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디어 공모전 ‘통영의 문화보물을 찾아라’도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통영지역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학생들이 기획하고, 우수작품을 선정해 전시하는 사업이다.

통영연극예술축제는 관광객과 지역민을 한층 가깝게 엮는 축제이기도 하다. ‘섬마을 스테이지’는 섬을 찾은 관광객과 섬주민이 함께 즐기는 일명 ‘문화나눔축제’다. 올해는 남해안별신굿의 ‘신청놀음’ 공연을 7월13일 통영 한산도에서 연다. 사물놀이와 소고춤, 가야금 산조 등 신명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또 문화생활이 힘든 장애우나 섬마을 주민 등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생활 속의 스테이지’를 테마로 진행되는 어린이 연극캠프 ‘연극 꽃이 피었습니다’는 통영시민문화회관 연습실을 개방해 아동들이 연극놀이를 통해 공동체의식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했다.

특히 가족단위 관광객이라면 연극관람과 함께 ‘꿈사랑 나눔 스테이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통영시민문화회관 앞 강구안 문화마당에서는 학의 날개, 타악 퍼포먼스 비상, 길가락 유랑, 탈무극 등 볼거리가 넘친다. 야외극인 시민 대동놀이나 물싸움도 일종의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관객이 참여할 수 있어 흥미롭다. 문의 (055)645·6379, www.bsg.or.kr.

김예현 수습기자 yh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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