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급등에 따른 불만이 초인플레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주재 유럽국가 대사관 주변에 경제파탄 위기속의 조국을 탈출하려는 해외 연고 아르헨티나인들이 수백명씩 운집, 장사진을 이루면서 대규모 "엑소더스"가 예고되고 있다.

 수출입 결제에 적용되는 페소화의 공식환율은 달러당 1.4페소이지만 페소화 가치가 추가 하락, 지난 4년간의 침체로 이미 파탄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경제불안이 또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처럼 유럽국가 대사관에 떼지어 모여들어 여권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취업을 원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이다.

 기저귀에서 수입커피, 가전제품 등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생필품 가격이 30% 가량 급등한 가운데 제빵업자들도 밀공급이 부족하다는 고충을 들어 빵값을 최고 30%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내 물가가 한계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부아노스아이엘스 주재 유럽국가 대사관 주변에는 수백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스페인 대사관에는 스페인계 아르헨티나인들이 간이의자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대기행렬이 수블럭에 걸쳐 형성되기도 했다.

 수개월전 해고된 뒤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가브리엘 클리멘드(24)씨는 경제가 악화되면 이런 대기행렬도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8%의 높은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실업률로 취업을 꿈조차 꾸지 못한 클레멘드는 아버지의 조국인 스페인행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20세된 아들의 여권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 이탈리아 영사관을 찾았다는 법률가 알리시아 그리피는 지난해 12월1일 단행된 엄격한 은행예금 인출제한조치 이후 아르헨티나의 경제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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