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욕야카르타의 술탄(이슬람 지도자)이 자신의 딸을 차기 술탄으로 지명하면서 왕실 내부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술탄 계승권을 빼앗긴 술탄의 형제들이 이른바 ‘삼촌의 난’을 일으키고 보수성향 무슬림 단체들 역시 여성을 술탄으로 모실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욕야카르타 특별주(州)의 술탄 하멩쿠부워노 10세의 70세 생일 기념행사는 그의 형제를 비롯한 친척 상당수가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다.

앞서, 그는 지난해 5월 다섯 딸 중 첫째인 구스티 칸증 라투(44)에게 ‘망쿠부미’(땅을 지키는 자)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이는 욕야카르타 술탄국을 연 하멩쿠부워노 1세가 쓰던 이름으로 수십전 술탄 자신이 후계자로 지명될 때 받았던 칭호와 동일하다. 술탄은 이에 더해 자신의 칭호에서 남성에게만 쓰이는 일부 용어를 삭제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큰 딸에게 술탄 지위를 물려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아들이 없는 하멩쿠부워노 10세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던 형제들이 대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하멩쿠부워노 10세는 14명의 형제가 있다.

형제들은 여성 술탄에 반대하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욕야카르타에 모여 시위 성격의 순례 행렬을 조직했다.

하지만, 하멩쿠부워노 10세는 “욕야카르타궁은 변경될 수 없는 세습전통을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술탄은 이를 바꿀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고, 형제들과의 반목은 더욱 깊어졌다.

술탄의 배다른 형제인 구스티 벤도로 팡으란 하리오 프라부쿠스모는 “가족 90%는 그를 더이상 존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멩쿠부워노 10세의 뜻대로 된다면 욕야카르타에서는 첫 여성 술탄이 탄생하게 된다.

술탄의 조카인 칸증 라덴 투멍궁 자티닝랏은 “여성 술탄은 불가능하다”면서 여성 지도자가 어떻게 이슬람 사원 등에서 치러지는 각종 의식을 집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우리 궁의 상징은 수탉인데 그걸 암탉으로 바꿔야 하느냐”고까지 말했다.

지역내 급진 이슬람 종파들도 술탄이 전통에 따라 남성을 후계자로 지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여러곳의 술탄 통치지역이 존재하지만, 정치적 실권을 쥐고 있는 술탄은 욕야카르타의 하멩쿠부워노 1세가 유일하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욕야카르타 술탄국이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을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욕야카르타를 특별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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