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혁신도시 조성으로 실향민 된 차원재 장현마을 애향회장

애향비 세운곳 ‘장현공원’으로 짓고파

명절이면 주민들 체육대회 개최할 예정

▲ 울산시 중구 장현마을 차원재 애향회장이 최근에 건립한 애향비 앞에서 옛마을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장티’는 울산시 중구 장현동의 옛 이름이다. 장씨들이 마을에 먼저 살았다고 해 마을을 뜻하는 ‘티’를 붙여 생겼다고 한다. 장현이라는 지명도 장티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2005년 혁신도시로 편입되기 전, 장현동은 주민들에게 ‘장현마을’로 더 친근했던 곳이다. 마을이 혁신도시 부지로 지정되고 나선 골드클래스, 에일린의뜰 같은 아파트 단지와 신식 건물들에게 자리를 내어줬지만, 옛 주민들에게 장현마을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달 21일 장현동 공원 앞에 세워진 기념비에는 ‘자연과 함께 60여호의 정겨운 이웃들이 모여 살았던 고향 마을의 추억을 그리며 애향비를 세운다’고 새겨져 있다. 장현마을에서 나고 자라 한 평생을 보낸 사람도 있을 터. 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애틋함은 남다르다. 그 중 한 명인 차원재(59) 장현마을 애향회장을 30일 만났다.

“공원 중간은 원래 배밭이었어요. 여길 지나면 온통 배꽃 냄새였죠. 아직 향긋한 배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장현마을 애향비 건립 노력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3년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장현마을의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제막식날 어르신들은 그냥 ‘좋네’ ‘고생했다’며 박수쳐주셨어요. 왜, 경상도 사람이 무뚝뚝하지 않습니까. 마을 흔적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크지만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잖아요.”

애향비가 세워진 공원은 아직 이름이 없다. 차씨는 현재 장현동은 중구청이 아닌 LH 소관이기 때문에 ‘장현공원’이라는 명칭도 마음대로 못 붙인다고 했다.

차씨에겐 마을에 대한 기억이 넘쳐난다. ‘에일린의뜰’ 앞 200여년 된 포구나무 한 그루도 추억을 머금고 있다.

“그 당산나무는 원래 장현마을 입구에 있던 거예요. 예전엔 저 나무를 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어렸을 때 많이 따먹던 포구 열매맛도 생각하곤 했죠. 당초 애향비도 그 나무 아래 세우려 했죠.”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원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지만, 장현마을 시절엔 마을회관이 동네 모임터였다. 차씨는 혁신도시 부지 확정 이후 마을회관과 주민센터가 모두 없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마을에선 길사는 물론 흉사 때 주민들이 가장 큰 힘이 됐어요. 그게 농촌문화죠. 애향회는 그런 사라진 마을문화를 구심점으로 원 주민들을 모으려는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45명의 주민들은 추석과 설 전날 모여 단합체육대회나 그간의 안부를 나눌 예정입니다.” 김예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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