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00년 서울 한양도성

▲ 북악산 곡성에서 바라본 한양도성 내외부의 모습. 서울을 둘러싼 내사산 능선을 활용해 쌓았기 때문에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경관을 보여준다. 서울시 문화본부 한양도성도감과 제공

서울 한양도성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9년 세계유산 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됐고, 2012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지난 2014년부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본격 준비해 2015년 9월 신청서 초안을, 2016년 1월 완성된 신청서와 첨부자료를 각각 제출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의 서면심사는 이미 마무리됐고, 올 하반기 현장실사가 예정돼 있다. 내년 4~5월께 종합적인 평가와 심의를 통과하면, 6~7월에 열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연례회의에서 세계유산등재가 최종 결정된다.

서울시가 공들인 지난 7년 여의 노력이 만약 결실을 맺는다면, 한양도성은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에 이어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다.

도읍의 경계 표시·외부 침입 방어
백악산·낙타산·목멱산·인왕산
등선 따라 18.6㎞ 길이 성곽 쌓아
유네스코 내년 6~7월께 최종 결정

◇한양도성, 세계유산등재 7년여 결실 눈앞

도성이란 한 나라의 도읍을 둘러 싼 성곽이다. 길이 18.6km의 서울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은 약 620년 전 조선의 도읍지 한양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백악산(북악산)·낙타산(낙산)·목멱산(남산)·인왕산 등 내사산(內四山·사대문 안에 있는 산) 능선을 따라 태조 5년(1396년)부터 쌓기 시작해 세종, 숙종, 순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보수됐다. 이후 식민지 시기와 해방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생활의 터전으로, 동시에 수도 서울의 상징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한양도성에 4가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우선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도시 규모의 성곽유산이라는 것. 한양도성의 기원은 고구려 주몽이 건국당시 쌓았던 오녀산성에서 비롯된다. 고구려의 평지성과 산지성은 평양성과 개성성으로 이어졌고, 한양도성은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로 이 점이 한양도성의 역사성이라고 주장한다.

또 자연존중의 축성 원칙과 백성들의 힘으로 만든 유산이기도 하다. 한양도성은 축조 당시 주변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내사산의 능선을 따라 성을 쌓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굴곡이 자연스럽다. 도성은 산지, 구릉지, 평지의 지형을 그대로 수용하며 이어진다. 자연과 하나된 듯한 조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 자하문(紫霞門)으로 더 널리 알려진 창의문(彰義門). 사소문(四小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양도성은 전국에서 모인 장인에 의해 축조되었는데 구간명, 관리자, 공사에 참여한 개개인의 이름이 성벽에 새겨져 있다. 한양도성을 쌓기 위해 전국적으로 동원된 백성은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농사가 바쁜 시기를 피해 겨울에 공사를 시작했다. 능선 따라 출신 지역별로 구역을 나눠 도성을 쌓았는데 이는 곧 민초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양도성 성벽 곳곳에는 이같은 각자성석(刻字城石)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600년의 역사층위가 축적된 유산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양도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기간 도성 기능을 담당한 도시유산이자 예나 지금이나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한다. 축성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은 점도 특별한 의미를 보여준다.

서울시 2012년 세계유산등재 위해
문화본부 내 한양도성도감과 신설
다수의 민간기업과 시민들의 동참
도성주변 역사문화환경 관리 노력

◇서울시, 7년 간의 노력 결실맺나

서울시는 지난 2009년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타진한 뒤 3년 뒤인 2012년, 한양도성의 역사성을 온전히 보존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해 시 문화본부 내 역사문화재과에서 ‘세계유산등재 업무’만 따로 떼어 내 한양도성도감과를 신설했다.

등재 사업의 총괄 책임자 행정1부시장과 그 아래 본부장급 문화기획관(2급)이 실무 책임자로 활동하는 가운데 한양도성도감과 내에는 정책·보존·관리·학술 4개팀 20명의 직원들이 배치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세계유산 제도에 부합하는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해부터는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기원 범국민 캠페인’도 시작했다. 캠페인에는 서울 시민 뿐만 아니라 한양도성에 관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양도성박물관, 성문관리소 등에 비치된 서명부에도 서명할 수 있다.

한양도성 해설사를 양성하는 자원봉사단체 서울KYC(한국청년연합), 한양도성 지킴이인 ‘한양도성 순성관’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문화살림, 다수의 민간기업, 도성 주변마을 공동체 등 시민들의 참여도 오래 전부터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교육청, 수도방위사령부, 가톨릭대 등 민관군 3개 기관과의 협약도 체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더 많은 학생과 교사가 한양도성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양도성 일부 구간을 관리해 온 수도방위사령부와 한양도성 인근의 가톨릭대는 도성 주변 역사문화 환경을 관리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신영문 서울시 한양도성도감과 학예연구사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해당 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양도성 세계유산등재 이후 한양도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가치에 걸맞게 잘 보존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지역주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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