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3도 화상 김종습씨 아내 김순연씨 근로환경 개선 호소

“생존확률이 달랑 ‘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생만하다 참변을 당한 우리 남편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고려아연 황산 누출사고’의 피해자 김종습(60)씨의 가족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는 가장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하루가 10년처럼 길게 느껴 진다고 한다. 몇시간 전 “회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료진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지금은 혹시나 나쁜 소식이 전해 올까 매순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무섭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종습씨는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사랑’이다. 30년을 한결같이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종습씨는 20년이 넘도록 일용직 근로현장을 전전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개월 계약으로 현장에 투입된 종습씨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알뜰살뜰 아껴가며 중구에 작은 집도 마련했고 올해로 예순이 넘었지만, 종습씨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슬하에 2명의 딸을 시집보내는 데 몫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만원정도의 일당에 위험한 현장을 가리지 않고 들어간 것이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가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참아냈다.

아내 김순연(57)씨는 이번 사고에 가장 가슴이 아픈 사람이다. 순연씨는 “링거를 꽂은 채로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처참한 심경”이라며 “작업 첫날부터 ‘안전장비가 없어서 작업을 못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평소 책임감이 강한 남편이 무리해서라도 일을 하려고 했을 것을 생각하니 더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순연씨는 남편의 일자리 환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억했다. 그는 “다른 작업장에서도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였고 임금이 구두로 협약되기도 했다”며 “2~3개월 단위의 단기 계약으로 고용이 이뤄지다보니 항상 ‘을’이었다.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처우는 더욱 열악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내는 남기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제발, 지금도 일하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의 위험성을 생각하고 업무환경을 개선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창환기자·전효성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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