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터 감독 “모국 팬들의 큰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데뷔 약 3개월 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미네소타 구단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겔 사노를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서 복귀시키고 박병호를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 구단과 4년 총액 1천200만 달러에 계약한 박병호는 올해 팀 내에서 두 번째 많은 홈런 12개를 때려냈지만, 타율은 0.191로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거 중 가장 낮았다.

특히 6월 부진이 뼈아팠다. 박병호는 6월 들어 19경기에서 타율이 0.136에 불과했다. 홈런은 3개만 쏘아 올렸고, 삼진은 무려 27개를 당했다.

최근 11경기에서 38타수 2안타에 그치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진 박병호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펼쳐진 팀의 원정 6연전에서는 3경기에만 선발 출장할 정도로 출전 기회가 줄어든 끝에 결국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테리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가 이러한 부진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물론 이 정도까지 고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또 하나 내가 몰랐던 한 가지는 그의 인품이다. 그는 우리 팀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그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25경기에서 타율 0.268, 출루율 0.351, 장타율 0.598에 홈런 7개에 12타점을 수확하며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하지만 박병호는 그 후 37경기에서는 타율 0.143, 출루율 0.227, 장타율 0.293에 5홈런 12타점으로 고개를 숙이며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가 모국 팬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등 같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선전도 박병호에게는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도 이번 결정을 이해했다. 소통이 잘 됐다”며 “그가 원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는 자부심이 넘치고 팀이 돋보이길 원했고, 다른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는 것을 걱정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박병호가 정신적으로 강인함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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