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들 폭탄·기관총 중무장… 쿠란 못 외면 무참히 살해
테러 발생 당시 주방·정원에 있던 사람들만 겨우 탈출

 “쿠란을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한 뒤 살해당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음식점에서 발생한 테러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생존자들은 이슬람 경전 ‘쿠란’이 생사를 갈랐다며 끔찍했던 당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번 테러의 생존자인 하스낫 카림의 부친인 레자울 카림은 “괴한들은 인질 모두에게 쿠란을 읊조리라고 하면서 종교 성향을 체크했다”며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했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무장괴한들이 오후 9시께 다카의 외교공관 지역에 있는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식당에 난입한 사건은 매우 계획적인 것이었다.

이들 총을 든 괴한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당시 수십 명의 외국인과 방글라데시인들이 저녁을 먹던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허공에 총을 쏘아대던 이들 괴한은 식당 종업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한 뒤 CCTV를 의식해 검은 옷으로 신분을 감췄다고 한 생존자가 현지 방송 ATN 뉴스에 증언했다. 이 생존자와 주방 직원은 지붕 또는 뒷문으로 달아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질극 개시 직전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식당 지배인 수몬 레자는 갑작스러운 소음과 함께 폭발음이 울리자 손님들이 출입문 쪽으로 달려나가거나 탁자 아래로 숨는 등 흥겨웠던 식당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주방 쪽에 있던 레자는 총과 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식당 2층으로 뛰어가 식당 건물 지붕으로 올라 아래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인질 중 일부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과 친지, 친구와 통화하면서 내부 상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인질로 잡힌 조카와 통화했다며 “경찰이 식당 내부로 진입하면 괴한들이 자신들을 살해할 것으로 걱정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괴한들에게 잡힌 인질 35명은 쿠란 암송 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쿠란을 읊조리지 못한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1명, 방글라데시인 3명, 인도인 1명 등 20명의 인질이 괴한들의 날카로운 흉기에 잔혹하게 살해됐다.

당시 주방에서 일했던 외국인 요리사인 디에고 로시니(아르헨티나)와 자코포 비오니(이탈리아)는 테러 발생 당시 괴한들이 총을 쏘며 쫓아와 식당 지붕 난간으로 이동한 뒤 2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로시니는 아르헨티나 TV ‘C5N’과 인터뷰에서 “그들은 폭탄, 총과 기관총으로 매우 잘 무장하고 있었다”면서 “마치 영화처럼 그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눴고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사업가 지안니 보체티는 아내와 식사를 하던 중 전화하러 식당 정원에 나간 사이 테러가 벌어져 근처 덤불 속으로 숨어 살아남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아내는 나중에 이들 괴한에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또 다른 사연의 희생자들도 적지 않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공부하던 인도 국적의 타리시 자인은 방학을 맞아 부친을 방문하기 위해 다카에 갔다가 피살됐다. 반면 벵골어를 쓰는 한 인도 의사는 자신을 방글라데시 사람인 것처럼 속여 무사히 풀려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여성 이스랏 아크혼드는 문제의 식당에서 이탈리아 사업가와 저녁 회의를 하다가 테러 공격에 변을 당했다. 미 애틀랜타 에모리대학은 이번 테러 공격으로 자교 학생 아빈타 카비르와 파라즈 후사인이 희생됐다고 확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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