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정치경제팀

현대중공업이 지난 1일 본사 체육관에서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비상경영설명회’를 두고 뒷말이 많다. 노조측이 공식 불참을 통보한 ‘반쪽자리’ 행사였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과 7개 사업본부 대표, 전 직책자, 협력사 대표와 소장, 생산직 근로자 등 3000여명이 참석, 사내체육관은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들어찼다. 현대중공업 사내체육관에 사람이 꽉 들어차기는 6년전인 지난 2010년 6월 남아공월드컵 당시 그리스 전 단체응원전 이후 최근 몇 년간 처음이라고 한다.

회사 측은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조업을 전면 중단했고, 직접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사내 방송으로 현장을 생중계까지 했다. 그만큼 회사측이 현재 안고 있는 위기와 절박한 심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 행사에 회사의 구성원이자 노사의 한 축인 노조측은 불참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참석했지만 노조 집행부 및 상당수 조합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노조 집행부는 사내체육관 앞에서 노사대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라며 항의투쟁을 벌였다.

“언론플레이를 위한 쇼에 불과하고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점만 부각하는 일방적인 설명회”라는게 노조측의 불참 사유다. 사측이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사내방송을 통해 전 사업장으로 생중계했지만 노조 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비상경영설명회’는 노조가 빠진 반쪽행사로 전락한 채 진행됐다. 노사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측의 불참 방침도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사실이 자명한 시점에서 회사를 살리자는 대의마저 저버린 노조측의 불참 행동은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뻔한 입장 발표이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 가서 경영진 앞에서 떳떳하게 노조의 요구를 밝히고 따져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본다”라는 한 노조원의 소신있는 발언이 귓가에 맴돈다.

차형석 정치경제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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