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위주로 운영 생산자만 피해
공영도매시장 현대화 서둘러야

▲ 박선후 한국농업경영인 울산시연합회 회장

120만 울산 시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동네 재래시장처럼 소매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정책 당국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내부 종사자들의 공영도매시장인 양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것도 거기에 종사하는 5개 도매 법인 중 단 한 곳의 의견이 다르다고 그동안 추진했던 내년도 공영도매시장 현대화 용역사업 자체를 빼 버렸다.

공영도매시장의 현대화는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농민들의 영세성과 제한된 정보 취득 및 시장에 대한 교습력의 부재, 생산 후 유통 등을 함께 해소할 수 있는 공영도매시장과 APC(농산물 수확 후 종합처리)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농민들은 울산 도매법인들의 위탁 수수료, 하역비 등의 경매 시스템에 대해서 수차례에 걸쳐 법률 및 타 광역시와의 형평에 맞지 않다고 제기했다. 2002년 농안법 개정 전에 위탁 수수료 6%에 하역비는 생산자들이 부담했다. 정부에서 도매시장 물류의 원활한 흐름과 농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2002년 농안법을 개정했고, 여기서 표준하역비에 대한 규격출하품을 농민이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그런데 울산시는 도매법인들의 경쟁력 제고란 명목으로 위탁수수료를 7%로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하역비도 여전히 농민이 부담하게끔 해 농민들의 부담만 늘어나고 도매법인들의 배만 불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당시 가장 출하율이 저조한 18개 품목을 업무규정으로 정해 도매법인이 하역비를 부담토록 했으나 이마저도 표준 규격출하품에 대한 도매법인들의 자의적인 해석(팔레트로 포장 출하한 농산물만 규격출하품으로 한다)으로 힘없는 농민만 봉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표준 규격출하품이란 농산물 품질관리법 제5조에 의해서 ‘농산물 품질관리원 고시에서 정한 포장규격 및 등급규격이 맞게 포장 출하한 농산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정한 포장규격 및 등급규격에 맞게 출하한 모든 농산물로 볼 수 있다. 서울 가락동의 경우 실제로 농산물품질관리법을 준용하고 있다. 농식품부 통계에서도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표준 규격품 출하율이 90%가 넘는다. 울산시 도매법인들의 주장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공영도매시장의 현대화는 지방정부인 울산시의 고용과 세수 확대에도 직결된다. 통계를 보면 울산에 입점하고 있는 23개 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점 연간 매출(기업형 슈퍼(SSM)의 매출은 제외하고라도)이 1조50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중 약 25%가 통상 농수산물의 매출로 보면 매입 기준으로 최소 약 3000억원 이상의 농수산물을 울산의 대형 유통점에서 매입하고 있다. 이 대형 유통점 및 SSM은 울산에 기반을 둔 사업체에서 단 한톨도 납품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는 울산이란 식당에 손님이 와서 밥만 시키고 기타 국, 찌개, 반찬, 술 등은 부산, 대구 등 타지의 식당에서 시켜 먹는 꼴이다. 부산의 경우는 대형 유통점들이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체에서 일정부분 지역구매를 하도록 조례상 제도화하고 있다. 부산시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 매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울산시는 적어도 3000억원에 대한 고용과 세수를 이웃 대도시에 그냥 갖다 바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울산 공영도매시장의 연간 매출이 1600억원 정도다. 2014년 울산시 백서 ‘경제 일자리’편에도 도표와 함께 도소매업종이 부족한 문제를 울산시 스스로 제기하고 있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 조차 정책의 잘못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세력 때문에 당연히 울산 시민들의 몫이여야 할 고용과 세수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울산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5년 이상 흐르면서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내부 종사자가 아닌 생산 농어민과 소비자인 시민들이란 것을 주지하고 하루 빨리 현대화된 농수산물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바란다.

박선후 한국농업경영인 울산시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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