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 각종 비리·부패 만연
과도한 입시경쟁이 낳은 폐해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우리 중등교육은 과거 엘리트 교육을 지향해 왔다. 이때의 엘리트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다. 학생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에 매달리고 명문대학으로 진학해야 성공이라고 인식한다. 당연히 성적 경쟁으로 청소년기를 보낸다. 가슴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고민하는 학생은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교는 명문대학 진학률로 서열이 매겨진다. 이렇듯 성적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로봇처럼 수동적으로 적응, 성적을 올려야만 했던 교육의 결과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엘리트 계층은 60~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거쳐 70~80년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입시경쟁의 승리자들로, 한국 주류 사회의 전문가 집단이 되었다. 소위 리더그룹이다. 그런데 현재 리더 그룹의 모습을 바라보면 어딘가 막혀 있고 꼬여 있어 답답하다. 대부분이 학창 시절처럼 기계적으로 적응,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정치인들부터 그렇다. 국회의원의 그 많은 특권은 내려놓지 않고 계파 이익에 매몰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그들은 학업성취도의 노예가 되었던 중고등학교 때처럼 표만 얻어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정치인들은 선거기간만 머리 숙이면 4년을 온갖 특권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을’의 시간은 순간이고 ‘갑’의 시간은 길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정치다. 사회가 잘 돌아가도록 법을 만들어 주고 국민들의 생활에 불편한 규제는 풀어주기 위해 가슴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단언컨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실력은 있는데 헌신이 없다. 경제분야에서도 답답한 소식들만 가득하다. 롯데의 경영 비리가 아리송하고, 공기업의 파탄과 구조조정, 그리고 GDP 3만불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장기 불황의 조짐이 보인다. 회사는 망해도 귀족노조는 파업을 강행하려 한다. 그 어려운 CPA 자격을 취득한 회계 감사 엘리트들은 수년간 분식회계로 돈 잔치를 하고 있는 기업에 적절하다는 의견을 공시해 왔다. 회계팀이 조(兆) 단위 분식 회계를 하고 회사 임원은 이를 근거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법조계에서는 모 변호사의 연간 수입이 100억이 넘어도 전관 예우의 근거가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 부장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한 이는 상습 도박 범죄자를 보석으로 풀어주겠다고 변호하고 사건 하나로 수십억원을 챙긴다. 한 사람의 범죄자를 변호하는 일의 가치가 그토록 비싸야 되는가. 사법고시에 관심이 없거나 합격할 능력이 없는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은 자괴감이 든다.

국방에서도 군납비리는 끝이 없고, 군납 로비와 역로비의 결과로 사병들의 침낭은 30년된 것을 사용한단다. 국방을 책임지는 리더들의 의식 속에 진정한 애국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에서는 신공항 유치의 핌비 현상으로 시끄러웠다. 그 이면에는 땅 투기로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의 목숨 건 결투가 국가는 망해도 내 이익은 챙기겠다는 식이다. 모 기업의 살균제 사건도 결국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엘리트들의 생각에서 선량한 목숨이 죽어갔다. 벌써 2년이 지난 세월호 사건도 해결 못하고 엄청난 국력의 손실을 연장하고 있다. 또한 교육계에서도 어린이 보육문제로 최근 10조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파업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암울한 소식들이 가득찬 우리 사회의 현상은 각 분야에서 엘리트 계층인 리더 그룹의 품위가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입시 교육으로 중·고등학교에서 품위를 배우지 못하고, 입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았던 사람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슬프게 한다. 국민들은 이런 슬픔을 쳐다보며, 머리만 좋아 실력이 있는 사람보다 감성이 있어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되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가치관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인 중·고등학교에서 헌신할 줄 아는 교육을 시키면 된다. 이런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런 교육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것이다.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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