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대한 기업 책임 요구하는 시대
안전보건경영 수준 높이면 사고율 줄고
혁신적 조직문화 형성 경영성과도 향상

▲ 박현철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총괄부공장장 겸 HSEQ 매니저

작년 7월에 업무 출장차 프랑스 샬람페 지역을 방문했다. 샬람페 지역은 라인강을 경계로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주말에 도착한 지라 동네구경도 할 겸 산책을 나섰다. 한참 구경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던 참에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인도 아래 도로에 서 있었다. 그런데 대기하고 있던 운전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필자에게 먼저 건너라는 수신호를 두어 번 보내왔다. 순간 ‘멘붕’이 왔다. ‘이 동네는 교통신호 체계가 한국과 반대인가?’ 그래도 건널 수가 없어 인도로 발을 올려놓으니 그 때서야 차들이 출발했다. 부끄러웠다. ‘차 먼저’의 환경에 살다가 ‘사람 먼저’의 세상과 맞닥뜨리니 기업의 안전책임자인 필자도 당황한 것이다.

‘자전거’라는 추억의 동요가 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사람 조심하세요.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약자인 사람이 자전거가 오는 것을 살펴 알아서 피해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사람이 우선, 즉 생명이 우선하는 ‘안전’보다는 ‘차’라는 힘센 기계가 우선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한국은 국력순위로 세계 9위,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는 세계 25위이지만, 선진국 기업에 비해 중대재해나 중대산업사고가 많다. 그 원인은 과거 가난한 한국역사 속에서 형성된 낮은 안전의식에 있다고 한다. 빈약한 안전경험으로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도 안전교육체계가 정립되지 않았고 이를 위한 환경의 개선투자도 비용이라 생각해 소홀했던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안전벽(safety barriers)이 자주 뚫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1970년 남영호 침몰사고(326명 사망),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292명 사망)를 겪었음에도 2년 전 세월호 침몰사고(296명 사망, 9명 실종)로 수많은 소중한 생명을 또 잃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긴 학습을 거쳐 순간순간 수많은 결정을 해오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경험은 우리의 결정을 확고하게 하고, 학습은 우리의 결정을 유연하게 한다. 즉, 우리의 결정은 경험에 의하거나, 새로운 학습(study), 지식(knowledge) 및 적용(application)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경험한 것은 순간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환경에 와 있다. ‘안전’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직장, 사회, 국가가 다른 나라에 대비 심각한 위험환경에 놓여 있다. 2014년 기준 근로자사고성사망만인율(연간 근로자 1만 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은 한국이 독일·일본의 4배이고, 영국보다 18배나 높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이전과는 달리 이윤창출이라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도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6대 이해관계자들 즉 고객, 근로자, 환경, 투자자, 공급자, 지역사회는 안전보건, 환경 및 사회에 대한 공헌도에 의해서 기업을 평가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시대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사회적 책임에 관한 기업 정책과 목표를 정하고 모든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안전보건 및 환경의 개선활동을 전개해야만 한다.

안전보건경영 수준을 높이면 사고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져 직접적으로 경영성과가 좋아지고, 또한 안전보건경영 리더십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차별화 전략과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간접적으로 경영성과가 좋아진다는 것이 사회과학 통계프로그램(SPSS) 및 구조방정식 모델링(AMOS)의 실증분석으로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박현철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총괄부공장장 겸 HSEQ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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