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너 늙어 봤냐?

▲ 불도장 옹심이 오골계탕.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런 노래가 흘러나왔다. “30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엔 등산 가고 화요일에 기원 가고 수요일엔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 초상집.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했는가? 세상은 30년간 나를 속였다.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너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고 여유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왜 나이 먹은 것이 기쁘지 않나 모르겠다. 현명한 사람은 늙는 것이 아니라 포도주처럼 익어갔다고 하는데 난 아직 포도주같이 성숙한 늙음을 맞을 준비가 덜 된 모양이다.

인생에 있어 연륜과 여유 얻는
나이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푹 고아 맛을 낸 오골계탕처럼
곱씹을수록 진국으로 살고파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박범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은교’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은 아니다.’ 노 스승의 나이에 대한 어린 제자의 부정적 생각에 노 스승이 회답하는 말이다.

모 국회의원이 나이 든 사람을 무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현명한 것은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의 경험과 지혜는 쓸모없는 것이다’라고 했던 모양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뒤집어 나이든 사람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인내한 삶의 모습도 봐 주었으면 한다.

소설가 박완서는 나이 듦에 대한 예찬론에서 ‘나이가 드니 편안하게 고무줄 바지를 입는 것처럼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니 좋은데 젊음과 바꾸고 싶지 않다. 또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지금껏 볼꼴, 못볼꼴 충분히 봤는데 한 번 본거 두 번 보기는 싫다.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며 살고 싶다. 남은 세월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참 의미 있는 얘기 같다.

얼마 전 한 직원이 모처럼 동창회를 갔다가 크게 실망했다고 하소연이다. 동창 여학생을 어릴 적 짝사랑 했는데 30년 후에 보니 그 곱디고왔던 얼굴은 없고 세파에 힘들게 살아온 흔적과 촌 아낙의 모습만 남아있더라고 했다. 짝사랑의 추억으로 남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괜히 거울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만든다. 어릴 적 내 모습을 기억했던 사람이 40년이 흐른 뒤 내 얼굴을 보고 실망할 친구들이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지혜로운 사람이 때론 필요할 것이다. 행여 나이에 든 티를 낸다고 아집을 부리고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이기보다, 부족한 기억력의 자리에 통찰력이 자리하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만 있어야 할 것이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일이다.

◇옹심이 오골계 탕(2인분 기준)

△콘셉트: 보통 삼계탕을 닭 한 마리 통째로 삶아먹는 방식에서 탈피해 고기를 먹기 좋게 찢었고 찹쌀밥 대신 옹심이를 밥 대용으로 사용했고 한방을 이용한 오골계 탕이다.

△재료: 오골계 1마리, 삼계탕용 닭 1마리(400~500g), 인삼 1뿌리, 대추 10알, 밤 4개, 감자옹심이 20알, 실파 다진 것 10g

*육수: 대파 1뿌리, 생강 1개, 마늘 10알, 감초 10g, 황기 2개, 헛개 2개, 물 300㎖

△만드는 법:

①육수에 필요한 재료와 닭과 오골계를 흐르는 물에 씻은 다음 대추와 인삼은 반만 넣고 중불에서 1시간 정도 삶는다.

②삶은 닭과 오골계는 건져 살코기 부분만 찢어둔다.

③육수는 고운체로 받쳐 냄비에 담고 나머지 대추, 밤, 인삼, 옹심이를 넣고 끓으면, 삶아 찢은 닭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④그릇에 담고 위에 실파 다진 것을 얹어 먹으면 된다.

☞Tip:

①닭고기를 찢고 남은 뼈는 버리지 말고 육수에 한 번 더 삶으면 훨씬 진한 육수로 활용 가능하다.

②고기는 새콤한 간장 들깨 소스나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③한방 재료를 구하기 힘들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면 시중에 파는 쌍화탕을 2분의 1병 넣으면 한방 향을 느낄 수 있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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