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오는 27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개막 퍼포먼스 행사. (사)대구치맥산업협회 제공

치킨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박지성 선수가 영국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했을 때부터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진 그의 경기는 주로 주말 새벽에 생중계됐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FC에서 첫 골을 넣을 때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던 순간까지 ‘치킨과 맥주’(치맥)는 야식의 선발을 빼앗긴 적이 없었다.

27일부터 5일간 대구 두류공원 일원
‘공식적인 술판’ 대구만의 이색 축제
200여 부스 100여 업체 자존심 경쟁
치킨 신메뉴·맥주 칵테일경연대회
공연·체험행사 등 즐길거리도 다채

◇오토바이를 뛰쳐나온 치킨, 광장으로!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속살. 완전히 대조적인 이 조합은 치킨을 ‘국민 야식’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겉은 매몰차지만 속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외강내유’ 스타일이랄까. 우리 국민들은 1년에 12.6㎏의 닭고기를 먹고, 이를 위해 한해에 닭 8억8000만 마리가 도축된다.(2014년 기준). ‘닭들의 수난시대’지만 ‘치킨의 전성시대’다.

대구에서는 야식업계 왕좌를 차지한 ‘치맥’을 주인공으로 축제가 개최된다. 오는 27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이다. ‘치맥페스티벌’은 2013년 처음 열린 이후 대구만의 이색 축제로 성장 중이다. 특히 ‘공식적으로 술판을 벌이는’ 국내 최초의 축제라는 점도 남다르다.

올해 치맥페스티벌에서는 200여개 부스에서 100여개의 치킨·맥주 업체가 자존심 싸움을 펼친다. 참여 업체들은 대표 치킨을 전면에 내세워 주최 측 추산 10만 명으로 예측되는 내·외국인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치맥페스티벌이 열릴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어떤 맛의 치킨을 시킬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할 이유도, 언제쯤 도착할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기다릴 필요도 없다. 넓은 공원에 빽빽이 들어찬 치킨을 맛보고 맥주도 마시며 뜨거운 여름밤을 즐기면 될 뿐이다.

▲ 지난해 치맥페스티벌 방문객들이 맥주와 함께 잘 익은 치킨을 한입 베어 물고 있다. (사)대구치맥산업협회 제공

◇다양한 테마로 진행… 어디부터 찾아볼까?

만약 젊은 치맥 마니아라면 ‘두류야구장’부터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 야구선수들의 화끈한 홈런 쇼는 없다. 하지만 잘 익은 닭날개와 닭다리가 입안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려줄 것이다.

두류야구장에는 치킨과 맥주를 형상화한 치맥타워 앞에 대형 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입맛에 맞는 치킨과 맥주를 선택했다면 조명과 전자음악으로 화려한 대형 공연장을 찾아보자. 한손에는 맥주를, 다른 손에는 치킨을 쥔 채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치킨을 상징하는 ‘99(구구)’를 기념해 축제기간 매일 오후 9시9분에 다같이 “모두를 위하여”를 외치며 시끌벅적하게 놀 수도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귀가 뜨거워졌다면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2·28기념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은 재즈, 인디, 포크송 등 전 세대에 걸쳐 다양한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성Pub 공간으로 준비됐다. ‘맥주 칵테일 쇼 경연대회’ ‘치킨 신메뉴 경연대회’등도 계획돼 있어 눈, 귀, 입을 함께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풀밭에서 도시락을 나눠먹었던 가족 소풍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야외음악당’이 적당하다. 이곳에서는 넓은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문화예술 공연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치어리딩’ ‘폴댄스’ ‘살사’ 등 다채로운 공연이 행사기간 동안 매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진다. 오는 28일과 31일 오후 6시에는 대구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삼성라이온즈 야구팀의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할 수도 있다.

◇먹는 것만으로는 지겨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기름에 굽고 튀긴 치킨을 계속 먹기란 힘들다. 많이 먹으면 느끼한 것이 사실. 축제 이름은 ‘치맥페스티벌’이지만 치킨이 입에 물렸다고 해서 ‘페스티벌’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축제에 준비된 체험 프로그램들은 치킨으로 불러버린 배를 시원하게 소화시켜줄 정도로 준비돼 있다.

톡 쏘는 맥주를 목이 따가울 정도로 마셔도 더운 것은 어쩔 수 없다. 7월 말, 대구.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신조어처럼 더워도 너무 덥다. 무더위에는 역시 물놀이. 여벌이 준비돼 있다면 두류수영장 앞 ‘워터 슬라이드’에서 시원한 물놀이로 더위를 날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길이 130m의 대형 슬라이드를 즐기는 것이다. 물총 싸움 이벤트 프로그램에서 ‘명사수’로 활약해 보는 것도 좋겠다.

매일 밤 10시에는 폭죽·조명 향연 ‘치맥 나이트 판타지’가 마련돼 있다. 또 ‘DIY 치킨 만들기 체험’에서는 직접 치킨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두류공원 일대에서 진행되는 ‘2016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워터 슬라이드(1회 3000원)를 제외하고는 모든 행사장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전효성수습기자 hyosung92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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