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매우 위태해 보이던 대결 상황을 협상과 타협으로 수습해 나가고있다. 중국이 양국 군용기 충돌 사건에 관한 미국 측의 사실상 사과를 받아들여 미국 승무원을 석방했다는 소식은 양국간의 극한 대결이 지구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우려를 상당히 완화시켜 준다. 특히 미국-중국 간 관계 악화가 한반도 화해 추진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해온 우리로서는 일단 양국간 외교전의 불꽃이 수그러든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양국이 이번 사태를 이 정도로 수습한 것은 두 나라 지도부가 현실주의에 따라 합리적 결정을 내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자국인들이 사실상 인질로잡혀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해결 수단을 동원해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중국으로서는 가뜩이나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있는부시 행정부에 더 이상의 굴욕을 가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올림픽유치, 미국 최첨단 무기의 대만 판매 등 여러 가지 미결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를 중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려 버릴 위험성을 고려했을 것이다.  물론 군용기 충돌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사고 원인 조사, 그에따른 보상문제, 미국 첩보기 송환 문제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복잡한 과제들이 남아있어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항공기 충돌사건 해결 방식은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이 힘 위주의 문제 해결 방식을 멀리하고 협상과 타협의 유용성을인정하게 된 것은 앞으로 그의 외교를 성숙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에게 지나친 굴욕을 안겨주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킨 셈이 됐다. 양국은 이번 줄다리기의 경험을 소중히 활용해 앞으로 남은 미결문제 협상을 역시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장차 두 강대국 간 관계를 원만히 가꾸어 나가도록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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