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군 - (하)역사문화도시 새판짜기 도전

▲ 지난해 10월 언양읍성 북문 광장에서 열린 ‘2015 민속놀이마당’.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언양읍성 둘레길을 걷고 있다.

앞서 울주군 상편에서 다룬 주제는 ‘영남알프스’였다. 울주에는 영남알프스 못지 않은 콘텐츠가 더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곡천 암각화군’ ‘언양읍성’ ‘포은 정몽주와 요도적소’ 등이 꼽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미래 울주의 신(新)문화지도 그리기는 이들 콘텐츠의 가치를 하나로 연결해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울주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콘텐츠는 단연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대곡천 암각화군이다.

아쉬운 것은 등재를 위한 제반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 세계유산등재는 울주군이 홀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과의 연계는 기본이다. 세계문화유산을 선정하는 유네스코(UNESCO) 본부 및 한국위원회와의 지속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대곡천 암각화·언양읍성·포은 정몽주의 요도적소·향교·서원 등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 발굴 주민의 삶과 조화되도록 노력해야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은 해당 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를 보존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활동이 오랜 기간 펼쳐지는 일이다. 등재를 위한 실무 작업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사전 작업이다.

▲ 지난 3월 언양에서 반구대 일원 포은대까지, 포은이 갔던 길을 따라 걷는 행사가 열렸다.

시민운동 차원의 보존활동은 실질적인 등재 작업에 탄탄한 기반이 돼 준다. 백제역사문화지구(2015년 등재), 남한산성(2014년 등재) 등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행정 일변도의 조직만으로는 유네스코 심사단의 높은 벽을 결코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운동이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전개될수록 세계유산 등재 심의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울주군발전협의회(회장 최인식 전 울주군의회의장)와 반구대포럼(상임대표 이달희 울산대 교수)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두 기관은 오는 9일 오후 4시 울산과학기술원 대강당에서 5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활용방안’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곡천 암각화를 학계에 최초로 보고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유영준 울산발전연구원 박사, 정재욱 울산대 교수 등이 차례로 나와 대곡천 암각화군의 문화관광자원화 방안, 지역주민을 활용한 홍보대사 활용방안,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울주군발전협의회는 3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단체로, 이날 제안된 내용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둘 계획이다.

울주군 언양읍에 자리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언양읍성은 대곡천과 달리 사람들의 주거지와 가까이 있다.

▲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울주군은 지난 2013년 언양읍성 남문(영화루)을 완공한데 이어 언양읍성 관아 복원사업을 내년부터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복원된 남문과 일부 성벽만으로는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문화재정책의 현 트렌드는 각종 구조물의 복원 보다는 문화재의 활용가치를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해 인류유산에 대한 ‘보존’이 급선무인 세계문화유산과 달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읍성의 특성상 주민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등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울주군과 본사가 해마다 개최하는 ‘언양읍성 민속놀이마당’은 읍성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읍성에서의 민속놀이 체험은 아이들에게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다. 언양읍성 둘레길 걷기와 같은 부대행사는 가족 단위 참가자의 호응이 높아 언양읍성을 기반으로 한 서(西)울산지역 향토사에 새로운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고려말 유학자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1337~1392)의 귀양지, 언양 요도적소는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이야기다. 학계에서는 포은이 ‘반구대’와 ‘작천정’을 즐겨찾은 것으로만 알려져있을 뿐 그의 명확한 거처를 제대로 연구한 적은 없었다. 당초 포은의 흔적 찾기는 영일정씨 포은공파 종약원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향교와 서원 등 울산지역 유림사회와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고 있으며 동참자의 인원이 늘어날수록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요도적소를 포함해 반구서원, 모은대, 작천정 등 포은의 흔적을 기리고 이를 청소년교육 및 역사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법인 형태의 사업단을 결성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포은 재조명 움직임이 제대로 탄력을 받게 될 경우 울산은 한국사에 큰 획을 그은 ‘포은’을 테마로 지역사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