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중도 높이는 ‘질문과 설명식 수업’

▲ 울주군 범서읍 명지초등학교 5학년4반 학생들이 ‘질문과 설명 공책’에 애완동물에 대해 익힌 내용을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질문과 응답이 없으면 죽은 수업’이라는 말이 있다. 40~50분의 수업시간 중 학생들이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15분 가량 밖에 되지 않고, 집중도가 떨어진 학생들은 졸거나 딴짓을 하기 일쑤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수업에는 최소한 졸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참여수업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울산 울주명지초 정근화 수석교사는 얼마전 울산의 한 고등학교로부터 ‘강의를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이 정 수석교사가 가르치는 초등학생들처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정 수석교사는 울산에 Q&E(Question&Explain·질문과 설명) 수업을 최초로 도입했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있게 가르치고 있다.

수업전 학생들에 교과서 보고 사전학습 유도한 뒤

스스로 질문 만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명하게 해

고학년일수록 발표 꺼려 참여수업 중·고교도 확대해야

◇메타인지력 높이는 수업

지난 1일 울주명지초등학교 5학년4반 교실에 Q&E를 도입한 실과수업이 열렸다. 수업주제는 ‘애완동물’이다. 수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이뤄졌다. 학생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날 정 수석교사는 학생들에게 미리 애완동물에 대해 공부(거꾸로학습)를 해오길 요청했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보고 학습해온 내용을 토대로 수업시간에 각자 질문을 만들고 짝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어 학생들은 ‘Q&E 공책’에 애완동물에 대해 익힌 내용을 정리해 마인드맵이나 그림, 만화 등으로 표현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수업에서는 정 수석교사가 직접 나서서 학생들에게 애완동물의 종류나 역할,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시간은 없었다. 학생들은 공부해온 것을 토대로 ‘애완동물은 왜 반려동물이라고 하는가?’ ‘동물보호시스템은 무엇이 있는가?’ ‘애완동물이 이롭지 않은 이유는?’ 등의 질문을 만들어내고 답을 찾아나갔다.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발표를 했고, 학생들은 다른 학생의 발표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했다. 교사가 굳이 수업을 하지 않아도 질문과 답변, 발표, 설명 등을 통해 전체 학생들이 애완동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것이다.

정 수석교사는 “Q&E 수업은 학생들이 말문을 열게 도와준다. 또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해봐야 하기 때문에 메타인지력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메타인지력은 ‘최상의 앎’으로 해석되며,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뜻한다.

◇초등의 참여수업이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져야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들은 발표를 하고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입시부담이 높아져서 전국적으로 참여수업은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 집중돼있다.

이렇다보니 초등학교에서 발표를 잘 하던 학생이 중·고등학교로 진학한 이후 획일적인 수업에 위축될 수도 있다. 학생들의 능력을 길러주고 끝까지 그에 걸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현재 교육계가 해야할 몫이고 주요한 과제다.

다행히 올해부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중등수업에 참여수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또 대학입시의 패러다임이 정시모집이 아닌 수시모집으로 옮겨가면서 고등학교의 교과성적뿐 아니라 평소 수업태도, 질문, 참여도 등을 기술한 생활기록부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양희숙 장학관은 “초등학교때부터 참여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이라면, 중학교에 진학해 자유학기제를 맞아도 당황하지 않고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9일부터 실시되는 교실수업개선 연수에 중등교원 360명이 지원하는 등 중·고등학교에서도 참여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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