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은 백제의 왕궁이 있었던 산성으로 금강과 주변 지형을 활용해 축조됐다. 발굴조사에서 왕궁지, 왕궁부속시설지, 백제웅진시기(475~538) 토성 등이 확인됐다.

백제는 기원전 18년부터 서기 660년까지 700년간 존속했다. 지난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대한민국 12번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8일은 등재 1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는 각종 문화행사들이 요즘 한창 열리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본보 취재팀이 그 곳을 다녀왔다. 1500년 전 백제문화의 진수를 간직한 현장 탐방 후기를 상·하 2회에 걸쳐 게재한다.

6. 2015년 등재, 백제역사유적지구(상)

백제문화유적지구는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산을 하나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3개의 기초단위 지자체에 충남과 전북까지 총 5개의 지자체에 걸쳐진, 총 8곳의 백제 유산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인 것이다. 취재팀이 출발에 앞서 걱정했던 부분은 각 지역별로 흩어진 유적들을 효율적으로 살피는 최선의 동선을 찾는 것이었다. 이동거리와 같은 시간적인 제약이 빠듯한 출장길의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전체 유적을 컨트롤하는 (재)백제세계유산센터를 가장 먼저 방문해 역사적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공주 → 부여 → 익산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제안받았다. 떠나기 전 관련 홈페이지(www.baekje-heritage.or.kr)를 통해 전체 유적의 개괄이나 개별 유적의 특성을 파악한 것도 도움이 됐다. 각기 다른 지자체에 자리했지만 유적 간 이동거리도 최대 1시간 범위를 넘지 않았다.

공주·부여·익산·충남·전북 8곳의 백제 유산 하나로 묶어
지난해 국내 12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1주년 맞아
5개 지자체·문화재청·학계·시민단체연합체 유기적 연계
세계유산보존 목표 올해 1월 ‘백제세계유산센터’도 출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미완의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은 유적이기도 하다. ‘찬란한 백제문화의 진수’만을 기대하고 준비없이 방문했다가는 실망감만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채워져 있기 보다는 비어있는 공간이 더 많다. 휑한 풀밭 위, 몇 개의 주춧돌이 전부인 유적에서 머리 속 상상만으로 백제왕국의 옛 영화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아는만큼 볼 수 있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현재도 발굴이나 복원작업이 진행되는 곳이 많다.

▲ 공주 공산성 금서루.

공주 왕궁리유적은 궁궐담장 1500m 중 절반에 해당하는 미정비 구간을 내년까지 정비한다. 백제 최고의 정원유적인 후원을 정비해 관람객들의 탐방로와 학습공간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1998년부터 진행된 백제 최대사찰 미륵사지의 석탑 보수정비사업도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미륵사 복원정비사업은 그 이후 시작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아울러 장기과제로는 2038년을 목표로 백제왕도 핵심유적복원 정비사업도 추진된다.

올해 1월 출범한 (재)백제세계유산센터는 지자체와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이끌면서 이 모든 사업을 컨트롤하는 통합기구라고 보면 된다. 5개 지자체, 문화재청, 학계, 시민단체 연합체가 세계유산보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만큼 5개 지자체에서 파견나온 공무원이 전체 사무국 직원 10명 중 7명이나 된다. 전신은 지난 2012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 추진단이다. 이후 2014년 백제문화유적지구 통합관리사업단으로 한차례 명칭을 바꿨다가 올해 초 지금의 기관명으로 출범했다.

센터는 세계유산보존을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사무국은 현재 문화재청과 가까운 대전에서 운영된다. 센터에서는 올해 관광코스 및 루트개발 등 공동 협력사업 활력을 위해 문화재청, 관계 전문가, 5개 지자체, 유적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 벤치마킹 등 유대강화, 공동사업 발굴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네스코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백제유적 아카이브 구축, 세계유산 등재 기념백서사업도 추진한다.

▲ 부여 정림사지(사적 제301호)는 사비도성의 중앙에 자리했던 절터다.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정림사지 5층석탑(국보 제9호).

김영식 백제세계유산센터 기획홍보팀장은 지난 1년 간 유적지를 방문했던 수많은 관광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했다가 텅 비어있는 유적지 앞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관광객을 수없이 지켜봤다. 김 팀장은 “장기과제로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이해를 돕기위한 증강현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국비확보를 위해 정부 정책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지자체간 개별 활동 보다는 새로운 공동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개요

◇등재지구
- 공주:공산성, 송산리고분군
- 부여:관부길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능산리고분군
- 익산:미륵사지, 왕궁리유적

◇등재기준
- 한국·중국·일본의 고대왕국 상호교류를 통해 백제건축기술과 불교가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 인류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이자 문명에 대한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에 해당함.

◇유네스코 권고사항
- 개괄적인 관광관리계획/각 유산의 방문객 관리계획 구축

글=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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