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1) 끼임사고를 막아라

▲ LG하우시스 온양공장 근로자들이 자체 제작한 롤러 장비를 이용해 끼임사고를 체험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산업재해 사고 유형은 단순하다. 추락·끼임·넘어짐·깔림 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별로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예를 들어 롤러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끼임 사고에 취약하고, 고공 작업이 많은 사업장에선 추락 사고가,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선 누출·폭발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단순한 사고 유형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전체 사망자(955명) 중 75.6%(722명)가 추락·끼임·교통·부딪힘·깔림 등 5대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8만2210명) 중 71.9%(5만9119명)가 넘어짐·추락·끼임·절단·물체에 맞음 등으로 다쳤다.

산재사고의 70% 이상이 5대 유형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각 기업별 취약한 분야에 대한 맞춤형 안전대책을 추진하면 산재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안전 방안을 찾지 못해 사고에 노출돼 왔다.

LG하우시스 울산공장
소형 롤러기 특수제작해
끼임사고 등 체험 실시
울산고용지청 주도 안전교육
전국으로 확대 노력해야

최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울산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선진기업이 멘토가 돼 다른 기업에 관련 정보를 전수하는 ‘선진 안전문화 전파교육’부터 각 기업의 유형별 사고 방지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안전지식 공유장터’, 안전지식을 퀴즈로 풀어보는 ‘골든벨’, 교육생이 주도하는 ‘거꾸로 안전교육’, 관리감독자 면담점검, 동종업계 기업별 벤치마킹 등을 통해 울산지역 산업안전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모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안전교육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울산에서만 진행되는 다양한 방식의 안전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지식 공유장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그동안 몰라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울산고용지청의 교육을 통해 유형별 사고를 막을 안전 노하우를 배웠다.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국내 산재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응답이 상당수 나왔다. 본보는 지역 기업들이 유형별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우수 사례를 널리 알리고 안전 노하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한다.

◇끼임사고 예방 노력

지난 5월 울산의 한 세탁업체에서 작업을 하던 A씨가 세탁물을 압착해 탈수하는 기계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B씨가 구하려 했지만 기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팔도 기계에 끼었다. 결국 A씨는 사망했고, B씨는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끼임사고의 대표적인 유형이자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례다.

 

울산에선 지난 2011년부터 2015년부터 총 32명이 끼임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2247명이 다쳤다. 전체 사고 유형 중 가장 비율이 높다.

장판이나 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LG하우시스 울산공장 역시 끼임 사고에 취약한 사업장이다. 법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는 중·대형 롤러기가 40여대에 달하고, 소형까지 포함하면 현장 근로자 800여명이 수백대의 롤러기 앞에서 작업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5월까지 비록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3일 이상 휴업일수가 발생한 끼임 사고가 21건 있었다. 다른 유형의 사고는 거의 없었다.

당시 직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평소 접하던 롤러기의 힘은 5~10마력 가량이었고, 최대 600마력의 롤러기 앞에서 작업하면서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직원들이 0.25마력의 힘에도 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는 롤러기의 위력을 보여준 뒤 혹시라도 끼임사고를 당할 경우 하단에 설치된 비상정지 발판 또는 상단부분에 매달린 비상정지 로프, 좌·우에 설치된 비상정지 스위치를 누르면 기계가 멈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센서를 통해서도 비상정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하우시스 강진수 안전환경팀원은 “비상정지 시스템이 이중삼중으로 설치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근로자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라며 “체험 교육 이후에는 단 한 건의 끼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체험장비는 지난달 울산고용지청이 개최한 안전지식 공유장터에서 안전사고 예방 우수사례로도 소개됐다. 당시 안전장터를 찾은 각 기업 안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경상일보­울산 고용노동지청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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