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문화팀

지난 5일 오후 8시33분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큰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도 없었지만 전국이 지금까지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지진이 일으킨 커다란 진동이 아니라 지진 앞에서 보여준 행정당국의 허술한 대응과 안전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지진이 발생하고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는 지진 발생 후 약 17분 뒤에 도착했다. 그마저도 날짜를 잘못 기입해 다시 6분 뒤 정정해 보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이미 많은 울산시민들이 지진에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울산시와 각 지자체, 소방당국 등에 전화를 걸며 지진 문의를 이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재난 문자에는 ‘TV 등 재난 방송을 청취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진동을 느끼면 건물 밖으로 나가 공터에 대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1시간 뒤에라도 별도 재난 문자를 보냈지만 일부는 “별도로 문자를 보낼 이유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진에 대한 질문과 향후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발생할 이재민과 이를 수용할 대피소 문제에 대해서도 “여진은 없을 것이다. 이재민이 발생할 만한 대지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는 곳도 있었다. 관내에 해안을 낀 울산의 행정당국이 보인 안전에 대한 인식 수준으로, 이번 지진 공포가 더 오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당국의 책임과 의무는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 외에 믿을 것이 없다는 서글픈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추세로 볼 때 지진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도 높다. 지금이라도 정부를 중심으로 각 지역에 맞는 지진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안전매뉴얼도 지진에 대한 항목을 별도로 해 다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진은 자연재난으로 예방한다고 해서 100% 피해를 막을 수 없는 것이기에 이후 발생할 이재민 등 사후 문제에 대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준호 사회문화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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