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연 그리고 긴 이별

▲ 일본식 메밀 소바 상차림.

이른 아침, 습관처럼 영업장을 둘러보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가 10년 넘도록 병환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셔서 새벽 전화에 트라우마(trauma)가 있는 터였다. 확인해보니 어머니가 많이 편찮아 밤낮으로 간병을 하던 직원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화기에 대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야, 어머님 안 좋으셔?” ”예, 팀장님. 방금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님 그렇게 빨리 가실 정도는 아니셨잖아.”

한없는 부모님 사랑, 반평생 살고서야 조금 알것 같아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난 부모·자식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시원한 여름별미 일본식 메밀 소바로 답답한 마음 달래볼

이 순간 무슨 위로를 해도 그 친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잠시 서로 아무 말 없이 침묵만이 흘렀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멍멍해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서둘러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 직원과 누나를 보니 왜 그리 큰 그릇처럼 보였는지. 그 누나도 직원만큼 어린 아이도 있고 화장품 가게를 크게 해서 영업이 잘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간병을 위해 가게까지 처분했단다. 서로 교대로 잠을 설쳐가면서 어머니 간병을 했다는 말을 듣고 자꾸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고생 했습니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상주에게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요즘 세상에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그렇게 모시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세상이 야박하고 험악해져 부모가 능력이 부족하고 가진 것 없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세상, 부모를 일 년 내내 한 번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아닌가. 이런 자식을 둔 부모는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뇌리를 스쳤다. 불효자 방지법과 효도 계약법까지 생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부모는 자식이 인생의 전부이고, 부모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자식에게 무슨 빚을 그리도 많이 졌는지 베풀고 베풀어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신다. 어머니는 거짓말쟁이였다. 자식이 보고 싶고, 아프고, 힘들어도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애써 감추지만 자식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 “바쁜데 오지 마라. 건강히 잘 있으니 내 걱정은 마라. 필요한 것 하나 없다…” 그러나 속마음은 보고 싶으니 한번 다녀가거라, 몸이 성한 곳이 없으니 마음도 서럽다, 용돈이 부족해 아껴 쓰고 있다는 것인데 모르고 살았다.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을 반평생을 살고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아 후회된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줄걸 하다가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금세 잊어버리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일까. 일도 잘하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좋아하면서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직원한테 한없이 약해지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돌아가신 분이 얼마나 복 받으셨는지 그렇게 세찬 빗방울도 몇 십 년 만에 큰 지진도 비켜갈 만큼 화창한 날씨였다.

◇일본식 메밀 소바

△재료

메밀 300g, 대파 1개, 무 50g, 다진 실파 20g, 고추냉이, 김가루, 오이 50g

△육수 만들기

(1)가다랑어 맛국물 만들기: 생수 1.8ℓ, 마른 다시마 50g, 맛국물 멸치 15g, 무 100g, 대파 1개, 건 표고버섯 2개, 가다랑어 포 15g, 가다랑어 맛국물 1.6ℓ

(2)소바 맛국물 만들기: 가다랑어 맛국물 700㎖, 맛국물 멸치 5g, 가다랑어 조미포 30g, 국수장국 100㎖, 미림 100㎖, 정종(소주) 30㎖, 설탕 20g

△만드는 법

①가다랑어 맛국물은 모든 재료를 넣고 30분 정도 끓인다. 불을 끈 다음 가다랑어 조미포를 넣고 10분정도 둔 다음 고운체에 거른다.

②거른 가다랑어 조미포 육수는 다시 소바 맛국물 육수 만드는 방법과 같은 재료에 간장, 미림, 정종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 다음 냉장고에 보관한다.

③소바는 끓는 물에 넣고 거품이 올라오면 찬물 1컵을 넣고 2분정도 더 삶는다. 소바 삶는 시간은 건면과 생면의 차이가 있는데 보통 5~6분정도 삶으면 졸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④삶은 소바는 빨리 찬물에 헹궈 판에 보기 좋게 담는다.

⑤그 위에 고명으로 다진 실파, 오이, 김가루, 다진 무즙을 얹고 차게 해둔 육수를 부어 드시면 된다.

⑥먹는 사람의 취향을 맞추려면 고명(실파, 무즙, 고추냉이, 김가루)을 별도로 담아내는 것도 요리의 센스이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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