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신이 내린 선물

 

폭염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친숙한 말들이 캔디처럼 들린다. “감자에서 싹이 나서 잎이 되어 싹싹싹” “감자 드시러 오세요” “출출한데 감자전이 먹고 싶네” “어멈아, 감자 택배 보냈다” “감자 얼마예요?” “감자튀김 하나요.”

김이 모락모락 포슬포슬한 감자는 생각만 해도 맛있다.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감정수업을 하게 만든다. 유럽에서는 한때 ‘악마의 식물’이라 해서 농부들조차 거부했던 식물. 동화 ‘왕자와 거지’의 주인공처럼 신분이 바뀐 감자! 보리일미

(菩提一味)라는 말이 있다. 싱겁지도 달지도 새콤하지도 않고 너무나 평범해서 있는 듯 없는 듯 심심한 맛, 깨달음의 맛, 생명의 맛이다.

감자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 나는 왜 감자에게 열광하는가! 고흐(Gogh)가 살아생전 자신의 그림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남을 거라며 자랑스러워한 ‘감자먹는 사람들’에 답이 있다. 하나밖에 없는 등불이 허름한 집안을 비추고 식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남루하고 손마디는 굵고 거칠다. 상차림이라고는 찐 감자와 따뜻한 차 한 잔이 전부지만 그들의 식탁에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 느껴
다이어트식품으로 그저그만
제철 맞은 감자로 여름 몸매관리를

1970년대 초, 뼛속까지 철저하게 농부였던 우리 부모님과 천방지축 6남매가 자주 연출했던 장면이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정이 흐르는 식탁을 통해 고단한 삶을 받아들였다. 이는 편안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었다. 열 살 때부터 농사일에 바빴던 부모님을 대신해 밥을 했다. 감자는 철부지인 나에게 친숙한 식재료였다. 감자볶음 하나에도 밥을 두 그릇씩 뚝딱 해치우는 식구들의 모습을 즐겼던 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감자의 매력에 푹 빠져 행복했다.

20년을 훌쩍 넘긴 영양사생활에 많은 인연을 맺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직장생활에서 큰 자산이 남았다. 흔하고 흔한 감자를 소중히 다룰 줄 알고 생명의 맛을 내는 조리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열무 물김치에 찐 감자 몇 개를 갈아 넣어 평범하지만 깨달음의 맛을 안겨주신 조리사들과 함께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평범한 감자와 그녀들과 함께 걸어가는 급식의 길은 든든하고 편안하다. 내게 부족한 뭔가를 채워주고 보완해 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오늘도 그녀들이 학교급식으로 만든 감잣국, 감자전, 감자조림, 감자샐러드, 감자튀김은 우리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맛을 내고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감자를 미래 식량이라 부른다. 인류의 주식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은 72k㎈로 같은 양의 쌀밥 145k㎈의 절반이다. 적게 먹고도 포만감이 있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음식을 짜게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감자만큼 좋은 식품도 드물다. 풍부한 칼륨이 과다한 나트륨을 배설시켜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하면 좋지 않다. 감자의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감자는 소금이나 된장으로 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자의 칼륨이 소금이나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하므로 합리적이다. 특히 된장으로 간을 하면 된장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펩타이드가 항산화작용한다.

감자를 고를 때는 매끄럽고 단단한 것이 좋다. 싹이 나거나 초록빛이 도는 것은 피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고, 사과와 같이 보관하면 싹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껍질을 깐 감자는 찬물에 담가 물기를 제거하고 랩에 싸 놓아야 갈변을 방지할 수 있다.

요즘 부실급식이 뜨거운 감자다. 급식을 만든 사람과 먹는 아이들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아 생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넘나듦이 있다면 못생긴 감자 한 개도 진수성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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