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의 미래상 재조명 계기
10월 울산서 건축문화제 개최

▲ 신재억 건축문화제위원장 울산대학 건축학부 교수

울산은 이제 인구 120만의 대도시이다. 대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그동안 산업단지 중심의 발달과정을 겪어 왔다. 그런데 한 도시가 공장으로서만 대도시를 이룰 수는 없다. 대도시로 많은 시민들이 모여살기 위해서는 교통시설을 비롯한 도시 하부구조와 주거 및 문화시설이 갖추어져야 삶의 질이 그만큼 성숙해지고, 기회가 늘어난다.

오는 10월 울산에서 한국건축가협회 주최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주로 서울에서 개최됐으나 몇 년 전부터 격년제로 광역시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식 후원하는 행사로 건축계의 연중행사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행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계 인사들이 모두 모일 뿐만 아니라 최근의 중요 작품들을 전시하게 된다. 울산시에서도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한 도시로 예전의 ‘공해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평균소득이 높은 부자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경제수준이 높은 도시가 ‘잘 사는 도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잘 사는 도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거주만족도가 높고, 삶의 질이 높은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도시경쟁력을 갖춰 미래가 준비된 도시를 의미한다. ‘잘 사는 도시’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떨까? 이들은 모두 그 도시의 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한 도시의 건축물들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낸다.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잠시 사용하고 버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생활환경이 된다. 그만큼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책임이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의 주제를 ‘사회적 상상’으로 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늘날 시민사회가 성숙하고, 도시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건축물이 특정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및 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건축가의 역할은 공공적인 복리를 우선으로 해야 하며, 이에 따라 건축가의 역할은 사회적인 것으로 확대됐다. 건축가는 건축환경 뿐만 아니라 도시환경까지 다루게 되었으며, 미래와 연계된 문화적 자산으로 이를 다루는 건축가는 결국 미래환경까지도 책임을 지게 되었다. 건축가는 단순히 집짓는 기술자이거나 허가 대행자가 아니라 문화자산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건축문화제의 주요 전시로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100인전(해외 건축가 포함)과 함께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모전의 수상작들, 우리나라 각 지역 대표 작가들의 지역작가전, 그리고 여러 특별상 수상작품들이 같이 전시된다. 최근 계획되거나 지어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오늘날의 대표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산업도시의 미래’를 제목으로 한 울산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기획전과 함께 울산건축상 수상작들도 같이 포함돼 있다. 기획전에서 울산을 다룬 것은 울산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표적인 산업도시로서, 이의 미래에 대한 계획은 단순히 울산시민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 나아가서는 세계의 모든 도시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에 지어진 건축물들 중에서 아름다운 건축으로 뽑힌 건물들에 주어지는 울산건축상은 대규모 건물이거나 공공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나 주택들도 포함된다. 이들 모두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겠다. 아울러 문화제 기간 중에 일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 및 참여행사가 같이 거행될 예정이다.

모쪼록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행사를 통해 울산이 ‘잘 사는 도시’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또한 올해의 문화제를 계기로 앞으로 울산에서도 다른 광역도시들처럼 매년 ‘울산건축문화제’가 개최돼 건축물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이 변화하고, 울산의 도시·건축환경이 개선, 시민 삶의 품격이 향상되길 기원해 본다.

신재억 건축문화제위원장 울산대학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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