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등 유례없는 울산의 경기침체에도 시민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풀뿌리 기부문화가 확산되면서 올해 천사계좌와 착한가게에 가입하는 시민과 소상공인들은 불황 속에서 오히려 급증했다. 특히 2013년 처음 시작한 천사계좌에는 3년이 지난 현재 울산시민 1% 이상이 가입해 100명 중 1명 이상이 ‘천사날개’를 달았다.

13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천사계좌에 가입한 울산시민은 2013년 974명에서 2016년 현재 1만3477명으로 늘어났다. 울산 전체 인구(119만8038명·6월 기준)의 1.12%다. 천사계좌는 ‘1004’원을 기준으로 매달 3천사(1004원×3계좌=3012원) 이상 기부하는 소액기부 방법이다. 1명당 가장 기본인 3계좌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가입자가 1만3477명이라면 매달 4059만원의 성금이 모여진다. 1년으로 치면 5억원 상당이다.

특히 올해는 남구지역 동(洞)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위원장과 위원들이 거주지 인근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 남구의 지역주민 7000여명이 천사계좌에 가입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올해 상반기 남구에서 나눔천사 단체가입 릴레이가 26차례나 이어졌다”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울산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뿐 아니라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매달 3만원 이상 기부하는 ‘착한가게’에 동참했다.

2013년 362곳이었던 착한가게는 2016년 현재 1615곳으로 4배 이상 확대됐다. 착한가게 숫자로는 서울시(1800여곳) 다음으로 울산이 많다. 인구대비로는 전국 1위다.

착한가게는 지난해 12월 1000호점이 나왔고, 올해 7월 1500호점을 돌파했다. 공동모금회는 2015년 전체와 2016년 현재까지 18개월여 동안 1100곳의 착한가게가 대거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종이 47%로 가장 많고 서비스 및 도소매업이 21%, 의료업이 8.7%, 교육업이 6% 등이다.

13일에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착한건물’도 탄생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착한건물 선포식을 갖고 각각 34곳, 27곳의 점포가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또 대현초등학교가 울산지역의 학교 중 처음으로 천사계좌에 가입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102명이 매달 소액을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상만 회장은 “울산 풀뿌리 나눔문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라며 “시민들이 내주신 기부금으로 지역사회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소중하게 잘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카드뉴스 일러스트레이터 양다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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