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15년 등재, 백제역사유적지구(하)

▲ 익산 미륵사지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유산을 한데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최근 세계유산 등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세계유산 반열에 오른 후 1년 간 관람객 수가 등재 전 1년 동안에 비해 40% 가까이 급증했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값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광역 및 기초단위 지자체의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관람객 급증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백제세계유산센터가 최근 세계유산등재(2015년 7월) 1주년을 기념해 지난 한해 동안의 관람객 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7월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탐방한 관람객 수는 모두 172만6721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찾은 관람객 124만6821명과 비교하면 무려 47만9900명, 약 38.5%가 늘어난 규모다.

개별 지자체로는 공주시가 등재 전 48만8790명에서 등재 이후 75만205명으로, 부여군은 75만8031명에서 97만6516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유적지별로는 웅진백제 왕성인 공주 공산성 관람객이 38만2133명으로 등재 전 18만6945명에 비해 2배 이상 폭증했다.

또 무령왕릉을 비롯 웅진백제 왕과 왕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송산리고분군은 30만1845명에서 36만8072명으로 6만6227명이 늘었다. 부여 관북리유적 및 부소산성은 55만5444명에서 65만3962명으로 9만8518명이 늘었고, 정림사지는 15만7242명에서 9만2332명 증가한 24만9574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제의 두번째 수도인 공주
미지막 왕도 부여…익산 등
세계유산 등재 이후 1년간
관람객수 40% 가까이 급증

◇관광객 급증, 세계유산 등재효과 톡톡

700년 백제사 중 64년 동안 수도 기능을 한 공주는 백제의 두 번째 수도였다. 바로 옆 부여(사비)는 백제의 마지막 왕도다. 서기 538년 성왕은 웅진(공주)시대를 마치고 사비로 천도했다. 이후 123년간 백제의 수도로 자리한 사비도성의 중심지에는 정림사지가 있었다.

이에 비해 익산은 공주·부여에 비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가 담긴 삼국유사의 기록이 유일하다 할 정도로, 공주나 부여에 비해 관련 기록이 부족해서다.

그러다가 1971년 무왕의 지모밀지(枳慕蜜地·익산으로 추정) 천도 사실이 담긴 사료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가 일본에서 발굴되면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1989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의해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27년간 진행 중이다.

▲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

이밖에 익산에는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외에도 서동생가터, 용샘, 익산토성(오금산성), 사자사지(師子寺地), 미륵산성 등 백제 관련 유적이 많다.

지난달 방문한 익산에서는 세계유산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무왕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등 각종 행사를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엇보다 미륵사지에는 내국인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 등 다수의 단체관람객이 유물전시장과 실제로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하는 현장을 두루 살피면서 옛 백제의 잃어버린 영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백제세계유산의 확장성에 주목해야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지정 범위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을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에 만족하지 않고 규모와 면적, 기존 5개 지자체 이외에 흩어진 또다른 백제유적까지 모두 아울러 700년에 이르는 백제역사를 온전히 세계유산에 포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센터는 공주·부여·익산에 위치한 백제 후기 유적으로 구성된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확장등재될 경우, 백제유적의 세계유산적 가치 상승과 함께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확장등재를 위한 기초 및 타당성 연구용역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공사가 한창이다.

유재경 백제세계유산센터 유산관리팀장은 “백제역사유적지구 확장 등재를 위한 기초조사 완료 이후, 잠정목록 등재연구 등의 확장등재를 위한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며 “확장등재 연구용역을 통해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완전성을 한층 높일 수 있으며, 소중한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보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최근 서울시가 한성시대 백제왕성으로 자리잡은 풍납토성을 202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도 눈길을 끈다. 2015년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풍납토성 등 한성백제 유적을 추가하는, 확장등재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다.

연말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
확장 등재 타당성 용역 추진
서울시도 한성시대 백제왕성
세계유산등재 프로젝트 박차

사실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유적은 700년 백제역사 중 후반기 200년에 해당하는 멸망의 유적이다. 한성백제유적이 확장등재된다면 기존의 세계문화유산이 담지못한 초창기 500년의 백제역사가 온전히 복원되는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등재대상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왕실무덤인 석촌과 방이동 고분군, 방어성으로 추정되는 삼성동 토성 등이다. 이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일단 이미 백제 후기 유산이 등재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시는 올해 잠정목록 등재를 준비해 내년 상반기 잠정목록에 등재시킨 뒤 2018년 우선등재대상으로 선정되면, 2019년 신청서를 제출, 2020년 등재되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한편 이같은 서울시의 행보는 바로 내년, 2017년 등재를 목표로 한 ‘서울 한양도성’(본보 2016년7월1일자 9면 게재)과는 별개의 사업이다. 만약 서울시가 시간차를 두고 추진하는 두 개의 세계유산등재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할 경우, 서울은 600년 한양도성과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2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가 될 수 있다. 글=홍영진기자·사진=김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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