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암고 3학년 학생들의 ‘거꾸로 수업’

▲ 화암고등학교 거꾸로교실 김은정 교사가 모둠별로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학습활동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입시부담이 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참여수업을 이렇게 잘 할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울산시 동구 화암고등학교.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능특강’ 국어수업이 열렸다. 이날 수업은 학생들이 미리 예습을 해오고 수업 시간에 복습을 하는 ‘거꾸로 수업’으로 진행됐다. 학습목표는 현대소설 ‘숨은그림찾기’의 주제를 유추하고 중심소재의 의미를 알아보는 것.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사는 강의는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미션종이’부터 돌렸다.

◇일방적 강의는 무조건 뺀다

미션종이에는 4개의 각기 다른 미션이 적혀져 있다. 4명씩 7개조로 앉은 학생들은 조별로 각각 1번부터 4번까지 문제를 풀 조원들을 정했다. 교사의 강의 없이 바로 시작된 수업이고, 시작하자마자 문제를 풀어야하는데도 학생들은 답을 써내려갔다. 학생들은 토론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선생님’을 외쳤다. 고3 교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시끌벅적했다.

본인 미션을 해결하고 난 뒤에는 서로 답지를 교환해 돌려읽었다. 1번 문제만 푼 학생이라도 다른 학생들이 풀이한 2~4번의 답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는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졌다. 각 조의 1번 문제만 푼 학생들끼리, 2번만 푼 학생들끼리 모여서 미션에 대한 공통된 생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10분여간 토론이 오간 뒤 대표자가 교탁으로 나와 발표를 했다.

수업을 담당한 김은정 교사는 50분의 수업시간 동안 단 1분의 강의도 하지 않았다. 모둠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개개인의 질문에 답을 해줄 뿐이었다. 그럼에도 수업 마지막에 실시한 ‘OX문제풀이’에는 모든 학생이 정확한 답을 외쳤다.

◇거꾸로 수업으로 모의고사 등급까지 올라

이날 화암고 김은정 교사의 거꾸로 수업에는 대구자연과학고 교사들도 참관했다. 수업탐방차 울산을 방문하면서 학생참여수업 사례를 보러 온 것이다.

수업 이후 이어진 1시간의 질의응답에서 대구자연과학고 교사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교사들이 의아해했던 것은 ‘어떻게 고3 학생들이 참여수업을 할 수 있었느냐’다.

김은정 교사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니 학생들이 전부 잠을 잤다. 피를 토하듯 강의를 해도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하면서 “학생들은 자기가 스스로 뭔가를 해봐야 습득했다고 느낀다. 학생들이 직접 답을 찾고 배운 것을 소화시키니 수업이 재밌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화암고에서는 처음에 국어수업만 거꾸로 수업으로 진행됐지만, 수학과 과학 등 다른 과목으로 확대됐다. 처음 거꾸로 수업을 추진할 때 교사들은 ‘반신반의’했지만,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달라지고 자는 학생이 없어지고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의심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화암고는 울산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중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거꾸로 수업 도입 이후 중위권까지 도약했다. 올해 2월 졸업한 한 학생은 국어영역의 모의고사 성적이 3등급이었는데, 수능 당시 만점을 받았다. 또다른 학생은 국어 점수가 30점에서 70점까지 올랐다. 예습과 복습, 퀴즈, 발표 등이 반복되니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수업을 참관한 대구자연과학고 최면숙 교감은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하는 것을 보니 그 모습을 보는 교사들도 즐거웠다”고 밝혔고, 서진교 수석교사는 “고등학교에서 이러한 수업이 진행돼 놀라웠고, 학생들의 발표수준이 높았다”며 “수업의 정도(正道)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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