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로니아 농업

▲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기로 이름난 아로니아가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 아로니아 농장에서 익어가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북미와 캐나다가 원산지인 아로니아(일명 초크베리)는 지난 2010년께부터 울산에도 보급돼 일부 농가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20세기 초 유럽에 소개된 이후 현재는 폴란드 등 북유럽이 아로니아의 주산지로 꼽히고 있다. 아로니아는 타닌성분이 포함, 떫은 맛이 강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최근 들어 항암 및 항산화 성분 등이 부각되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작물이다.

2010년부터 울산 농가에 보급
떫은 맛에도 항산화 물질 많아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재배
㎏당 2만원선 판매 고소득 작물

◇떫은 맛 강하지만 기능성 뛰어나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의 한 아로니아 농장. 김복선(여·69)씨가 남편과 함께 아로니아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를 한껏 머금은 아로니아 나무들은 한창 초록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김복선씨는 지난 2011년부터 울산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다. 한때 공무원 생활을 했던 김씨는 남편과 울주군 상북면과 두서면 등에서 총 1만6500㎡(5000여평)의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울산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농가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며 “아로니아에는 오미(五味)가 다 들어있지만, 그 중에서도 떫은 맛이 강해 다른 작물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농기센터에 따르면 울산지역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곳은 10여농가 남짓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로니아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카테킨이 많이 함유돼 있어 완전히 익기 전에 떫은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대표적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은 다른 베리류인 포도의 80배, 복분자의 20배, 블루베리의 5배, 아사이베리의 3배 등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심혈관 보호, 항암 및 항비만 작용, 해독 작용 등이 탁월한 작물로 분류된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병충해도 없어

베리류 작물 중에서도 대표적인 기능성 식품인 아로니아의 가장 큰 특징은 토지나 기후 등 환경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잘 자란다는 것이다. 통상 수광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추천하지만, 영하 40℃의 추위와 강렬한 자외선에서도 잘 자라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아로니아는 5월에 열매가 열리며, 8~9월에는 신맛이 도는 열매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기후와 환경에 따라 7월 중순부터도 수확이 가능하다. 이날 찾은 김씨 농장(6600㎡)의 경우 올해 두서면의 다른 농장에 있던 나무를 이식해와 평년보다 수확이 조금 늦어졌다고 한다.

또한 아로니아는 병충해가 거의 없어 별도의 농약 등을 뿌릴 필요없이 자연상태 그대로 재배한다. 울산시농기센터는 지역 및 기후에 따라 간혹 진딧물이나 잎을 갉아먹는 유충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발생빈도가 적다고 설명했다.

◇수익성도 좋아 ‘연금나무’로 불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아로니아를 먼저 재배하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아로니아가 ‘연금나무’ ‘노인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아로니아는 노인들이 나이 들어서도 큰 힘 들이지 않고 키울 수 있는데다, 수익성도 좋아 노년에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아로니아를 키운다면 땅을 제외한 시설비도 크게 들어갈 것이 없다. 김씨는 3300㎡(1000평)를 기준으로 평균 700여주 정도의 나무를 식재한다고 가정하면, 묘목값 2000여만원 선에서 농장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로니아 묘목은 1년생의 경우 2~3만원대, 3년생은 7~8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아로니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가격대도 괜찮은 편이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별도로 시장에 유통하지 않더라도 수확기가 되면 직접 농장으로 사러 오는 사람들도 적지않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당 2만원 선에서 판매가 돼 평당 수익률을 따지면 고소득 작물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인터뷰 / 아로니아 재배 울산 1세대 김복선씨
“아로니아 효능 몸소 체험…식초·진액 등 가공품도 생산”

“아로니아로 건강도 되찾고, 이제는 아로니아를 통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김복선(사진)씨는 지난 2001년 각박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남편과 울주군에 집을 장만해 귀촌을 먼저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들 부부는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보다는 시골에서의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아로니아를 접하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김씨는 “녹내장이 오면서 한창 몸이 안 좋아졌던 시기가 있었다. 눈도 침침하고 계속 온 몸이 무기력해지면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며 “그때 아는 분이 아로니아를 추천해줘서 몇달을 먹었더니 피로도 없어지고 증상들이 호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소 아로니아의 효능을 경험한 이후 아로니아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생소한 아로니아를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김씨는 “제가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그 떫은 걸 누가 사먹느냐고, 차라리 블루베리 같이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걸 하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가에서도 아로니아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나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다. 남편도 이젠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아로니아 1세대이자 선구자인 김씨는 다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아로니아 식초, 아로니아 진액 등의 가공품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관광 및 체험 등이 포함된 아로니아 6차산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울산에서 누구보다 먼저 아로니아를 재배하면서 지금은 지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아로니아의 효능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함께 나누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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