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사회문화팀 new@ksilbo.co.kr

“제가 30년이 넘게 학생들에게 물리를 가르쳤는데, 그동안 학생들에게 죄를 지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아이들이 ‘제 수업을 제대로 다 들었을까’라고 자문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초 울산시 동구 화암고등학교. 참여수업을 취재하러 간 기자와 수업을 참관하러 온 대구자연과학고 교사들 앞에서 화암고 차상옥 교장이 했던 첫 인사말이다. 상투적인 인사말을 예상했는데, 갑작스런 차 교장의 진심어린 자기고백에 깜짝 놀랐다. 이어 차 교장은 “참여수업에서는 단 한 명도 자는 학생이 없다”며 “교사와 학생이 수업 시간에 활발하게 교류하는 학생 중심의 참여수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수업은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발표를 한 번이라도 더 시키는 수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업을 아예 학생에게 맡기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에서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지난 6월부터 매주 한 번씩 지금까지 총 6곳의 참여수업 우수학교를 방문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하는 일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앉아 교사가 내준 미션을 다른 학생들과 협력해서 해결하고, 그림이나 마인드맵, 표 등으로 표현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보고 답을 찾았고, 서로 묻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발표 역할을 맡은 학생 1명을 위해 조원 전체가 발표하는 법을 알려주고 연습했다.

교사가 수업시간에 말하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수업때보다 훨씬 친밀해졌다. 학생들은 미션을 풀다 어려움이 생기면 ‘선생님’을 불렀고, 교사는 학생들 코앞까지 다가가서 설명했다. 일방적인 강의만 뺐을 뿐인데 수업이 매우 활발해진 것이다.

참여수업을 진행했던 6개 학교의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을 잘 따라와주고 활발하게 움직이니 ‘행복하다’고도 했다. ‘교사들의 생명은 수업’이라는 것을 과연 실감했다. 울산에서 참여수업은 인지의 단계를 넘어 이제 실천의 단계에 와있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교사들이 참여수업을 시도해보길 기대한다.

김은정 사회문화팀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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