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한 DK동천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전문의가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신모씨는 애주가다. 평소에 술자리를 매우 즐기는 편이다. 잦은 술자리 후 가벼운 복부 통증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매일 저녁 맥주를 마셨다. 그러다 며칠 전 갑자기 배를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등쪽으로 뻗치면서 구토가 일어나 병원을 찾았다. 신씨는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김경한 DK동천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전문의와 함께 급성 췌장염에 대해 알아본다.

소화효소 제대로 배출 안돼 조직 파괴
등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상복부 통증
식욕부진·구역질·구토·고열 등 증상
남성은 술·여성은 담석질환과 관련 커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 높은 편

◇음주·담석증 등이 급성 췌장염 일으켜

췌장은 위장 뒤에 위치한 20㎝ 정도의 장기다. 주된 역할은 소화액을 만드는 것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여러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췌장염은 소화효소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않고, 췌장과 그 주변조직을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췌장이 붓고 염증을 일으키면 더 많은 효소가 주변 조직과 혈관으로 분비돼 통증을 유발하며, 소화가 되지 않고 여러 신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전문의는 “급성 췌장염의 80%는 음주나 담석증에 의해 발생한다. 그 외 10% 정도가 고지혈증이나 약물, 외상, 유전적 이상 등이 있으며, 10%가량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급성 췌장염의 발생 빈도는 미국이 10만명당 24.2명, 영국이 5.4명이다. 우리나라는 10만명당 20명 안팎이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고 성별로는 30~60대에서는 남성, 60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발생빈도가 높다. 남성은 술, 여성은 담석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급성 췌장염은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 소비증가와 진단기술 발달로 인해 발병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췌장염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김 전문의는 “술의 대사산물이 췌장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면 이를 대사시키기 위해 췌장에서 과도하게 많은 췌장액이 분비된다. 이것이 십이지장으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해 췌장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면서 “과음 후 갑자기 배가 아프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술의 양과 급성 췌장염의 발생률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김 전문의는 “췌장염 환자 중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환자도 있다. 또 폭음을 여러 번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던 사람일지라도 갑자기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후 극심한 상복부 통증 발생했다면 의심

급성 췌장염 환자 대부분이 갑자기 발생한 상복부의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김 전문의는 “복통을 호소하고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절반 이상은 등쪽으로 뻗쳐 나가는 전형적인 복통을 호소한다. 이 복통은 시작과 동시에 30분 안에 참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지고, 호전 없이 24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또 드물지만 복통 없이 혼수상태나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있다. 이밖에 식욕부진, 구역질과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전형적인 췌장염 증상과 혈액검사에서 아밀레이즈나 라이페이즈 등의 수치가 올라가 있고, 방사선 검사에서 췌장이 부어 있으면 췌장염으로 진단한다.

김 전문의는 “방사선 검사는 초음파 검사와 전산화 단층 촬영이 주로 시행된다. 초음파는 경제적이고, 뱃 속의 전반적인 상황을 아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췌장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전산화 단층 촬영이 급성 췌장염을 진단하거나 심한 췌장염에서 여러 합병증을 보는 데는 더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다.

◇적당한 음주로 췌장염 예방해야

췌장염의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진통제를 사용한다. 여기에 적당한 영양 공급을 위한 수액요법 등을 3~7일 시행하면 85~90%가량은 저절로 치료가 된다.

급성 췌장염은 경증일 경우 금식과 적절한 보존적 치료로 사망률이 1% 미만이지만 중증 췌장염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 무균 괴사 췌장염에서는 10%, 감염 괴사 췌장염은 사망률이 25~3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또 급성 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재발해 만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적당히 마셔야 한다. 특히 이전에 췌장염 과거력이 있다면 재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주하는 것이 좋다.

김 전문의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췌장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의 과음이나 일정 기간 동안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경우에는 췌장염에 걸리기 쉽다”면서 “적당한 음주로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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