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복지세상 꿈꾸는 오리전문점 '오방촌'

▲ 북구 명촌동에 위치한 오리요리 전문점 ‘오방촌’은 100% 생오리만 사용하며, 20여가지의 밑반찬이 함께 차려진다. 아래 원안은 오리불고기를 먹고 난 뒤 볶아먹는 별미 오방촌볶음밥.

1970년대 잘나가는 통닭집
막내 아들로 부족한 것 없이
유복하게 자랐던 조수현씨.
청소년기 무렵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등학교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이웃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3년치 육성회비를 내줬다.
그 고마운 이웃들의 마음을
매년 ‘사랑의 고구마’를 팔아 갚고 있다.
신화엘리베이터라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인 그는
‘오방촌’이라는 오리요리 전문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 식당에서는
매월 정기적으로 독거노인들을 위한
식사가 마련되고,
어버이날 등 기념일에는
수백명의 이웃과 봉사자들이
모이는 장소가 된다.

 

사업체 운영하며 음식점도 겸업
매달 독거노인 초대해 식사 대접
15년째 이어온 ‘사랑의 고구마’로
동네 이웃들과 봉사로 우의 다져

◇오리전문점에서 펼치는 따뜻한 이웃 봉사

오방촌은 실평수가 100평 남짓 되는 넓은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스무가지 밑반찬의 향연에 눈이 혹했다가, 신선한 재료로 갓 만들어낸 음식 맛에 입까지 유혹 당한다.

조수현 대표는 맛있는 상차림의 비결은 매일 들어오는 신선한 재료 때문이라고 말한다.

“채소와 고기는 매일 들어와요. 오리고기는 100% 생오리만 사용하고요. 20여가지의 밑반찬이 상에 오르는데 모두 그날 만든 음식입니다. 밥 한그릇만 놓으면 한정식이 따로 없죠.”

오방촌에서는 매월 지역 독거노인 10~20여 명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어버이날 등 특별한 기념일에는 150여 명의 어르신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이렇게 큰 봉사행사를 열 때에는 SNS를 통해 봉사자들을 모집하는데 올해 어버이날에는 70명이나 참가했다고 한다. 조씨는 “봉사에 선뜻 동참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했다.

▲ 15년동안 울산지역에서 ‘사랑의 고구마’ 행사를 열어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조수현씨가 오방촌이라는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초대해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는 등 다양한 선행을 베풀고 있다.

그의 봉사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매년 연말이 되면 ‘사랑의 고구마’ 행사를 펼치는데 벌써 15년째라고 한다. 열흘간 3톤가량의 고구마를 구워 판매하고 순수익만 2500~2600만원에 달한다. 이 수익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지금은 연말에 도와줄 대상자를 찾느라 분주한 시기다.

고구마 판매는 도와줄 대상자가 거주하는 동네에서 한다. 안내 팸플릿을 함께 나눠 주는데, 이 동네에 이런 어려운 사연을 가진 이웃이 살고 있으니깐 평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알려진 사연들이 전국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날 들여온 식재료만 고집해
20여가지 밑반찬에 맛난 오리고기
한정식 안부러운 푸짐한 한 상에
100여평 넓은 식당은 늘 북적여

◇“모두가 행복한 복지타운 건설이 꿈”

그의 봉사정신은 어릴적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동구 방어진에서 15년동안 통닭집을 운영했어요. 생닭을 잡아서 바로 튀겨냈어요. 마늘통닭도 만들어 팔았고요. 하루에 100~200마리를 팔았어요. 덕분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조씨의 어머니는 새벽 5시에 가게 문을 열었다. 그는 종종 어머니의 일을 도왔다.

“새벽 일찍 가게로 출근하신 어머니께서 닭계장을 끓여서 시장 상인들이나 방파제에서 허드렛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어요. 어머니께서는 남을 위해 베풀면 언젠가 그 베품이 나에게 혹은 가족에게 돌아오고, 남을 돕다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강조하셨어요. 실제로 봉사를 해보니, 봉사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나 자신이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가세가 기울었다.

“방파제 위에 지어진 포장마차집이었는데 태풍이 오면 집이 날아갈까봐 돌멩이 대신 제가 앉아 있었어요. 집 사정이 그렇다 보니 육성회비도 못냈고, 학교에서는 수업도 못받게 하더라고요. 수업시간에 쫓겨나면 연못가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요. 연못에서 시간을 보낸 일주일 동안 지금의 제 꿈도 설계됐죠. 어마어마한 복지타운을 만드는게 제 꿈이에요. 누구나 걱정없이 사는 세상이요.”

다행히 조씨는 동네 이웃과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3년치 육성회비를 낼 수 있었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의 삶의 방향이 매우 달라졌다. 어려운 현실 앞에 절망하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활동에 뛰어 들고자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요양보호사 1급 등의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우연히 시작한 음식점 경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더 많은 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매일 찾아 와요. 이게 행복이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웃과 함께 하는 오방촌이 되겠습니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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