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미슐랭 별 따기와 젓가락 문화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서울의 각 호텔들은 지금 미슐랭 가이드의 별 등급을 받기 위해 서비스를 점검하고 해외 유명 레스토랑 셰프를 초청한 행사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비롯한 국내 호텔의 영업실적이 전반적으로 뒷걸음치고 있지만 미슐랭 스타, 포크와 나이프를 가위표 한 그림을 따내면 검증 받은 식당과 호텔로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미슐랭 별 등급이 뭐기에 서울의 식당들이 난리일까.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타이어 제조사 미슐랭이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여행 가이드북으로 발행한 것이 시초다. 여행자들을 위한 맛집과 숙식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만든 미슐랭 가이드북이 서서히 권위를 잃어가면서 지난해에는 278억의 적자로 폐간을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100년 넘게 이어온 전통에 대한 프라이드, 그리고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면 매출이 3% 오르는 효과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평가원은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한다. 직접 시음·시식 한 후에 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일정 수의 식당을 엄선한 후 다시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식당에 대해 평가를 한다. ★★★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는 식당, ★★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 갈만한 집, ★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으로 구분된다. 영예의 별 3개는 매년 프랑스 전체에 20개 정도 선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50개 정도만 별 등급을 받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도, 메이저 급 호텔에도 별 등급을 받은 곳이 없다. 한국에 미슐랭 레드 가이드북이 발간된 적도 없고 겨우 내년에 나온다는 소식만 있는 상황이다. 지역은 아예 평가단이 심사기준에도 넣지 않을 정도로 소외된 현실을 보면 많은 반성을 한다. 울산 대표 먹을거리가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낼 고가의 고래고기와 언양불고기 정도라니 이런 부분에서 부끄럽지 않는 울산이 됐으면 한다.

▲ 갈비 곰탕 국수 상차림

2년 전 회사의 도움으로 스페인 미슐랭 스타 식당에 7박8일 동안 미식 관광을 간 적이 있다. 별 등급을 받은 식당들은 몇 개의 테이블과 룸만 운영하면서도 셰프들이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음식 하나에도 섬세함이 묻어났다. 고객을 맞는 서비스맨의 배려와 업무 스킬, 편안한 분위기, 인테리어, 그리고 플레이팅의 다양성 등 요리사만으로 별 등급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주재료는 거의 3대 미식인 생거위간 요리, 트러플 요리라 마지막 날에는 그 향 때문에 토할 정도였다. 음식보다 요리의 스킬(분자요리), 재료의 새로운 활용법, 기물의 다양성 그리고 식당 인테리어와 서비스맨의 메뉴 습득력은 한국인이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에는 너무나 많은 교육과 투자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았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젓가락 문화와 나눠먹는 음식으로 별을 달라고 하기에는 모순점이 있다. 개고기를 먹는 미개한 나라로 인식되는 상황과 큰 냄비에 이 사람 저 사람이 같이 숟가락을 담가 먹는 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 예로 ‘단지’의 미슐랭 별 획득은 한식 세계화의 추진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단지’가 내놓는 음식의 종류만 보면 다른 한식당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점은 단지는 이런 음식들을 한국식 양념과 프랑스식 조리법을 융합해 만들어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일본도 미슐랭 별 식당이 꽤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 우선 별만 보지 말고 장인정신과 서비스 마인드가 되어있는지의 선택만 남아 있다.

◇갈비 곰탕 국수

△주재료=돼지갈비 200g, 대추 3개, 은행 5개, 인삼(미삼) 1개, 밤 2개, 대파 채 20g, 팽이버섯 10g, 곰탕 육수 200㎖, 소면 100g, 부추 50g, 황백 지단

△만드는 법

①절인 갈비는 꽈배기 크기로 잘라 팬에 갈색이 나게 굽는다.

②국수는 삶아 그릇에 담고 인삼, 대추, 밤을 곰탕 국물에 넣고 끓인다.

③팽이버섯과 부추는 살짝 데친 뒤 식혀 둔다.

④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구운 갈비 인삼, 대추, 밤, 지단을 올린다.

⑤곰탕 국물은 뜨겁게 끓여 그릇에 담고 파채를 올려 드시면 여름 보양식 국수요리로 안성맞춤이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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