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삼계탕

 

지난주 초복(7월17일)을 앞두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 4만여 명에게 계절영양식인 삼계탕과 수박을 제공하는 날이었다.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주방은 벌써 수증기가 자욱했고 열기가 후끈거렸다. 주간과 야간으로 준비하는데 사내 식당마다 식수 인원 차이는 있어도 평균 1500명 정도를 준비한다.

소화 잘되고 단백질 풍부한 닭고기에
대추·인삼 등 곁들여 끓인 삼계탕은
여름철 힘나는 급식메뉴로도 인기

몇 년 전만 해도 닭의 뱃속에 찹쌀, 인삼, 대추, 마늘 등 부재료를 넣는 공정을 직접 조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작업 중 나타날 수 있는 위생상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닭을 삶아내고 부재료는 따로 끓인다. 이 조리법은 닭의 뼈 속에 영양소가 흡수되는 것을 방지해 영양소 섭취에 도움이 된다.

복날 보양식하면 삼계탕이 생각난다. 우리 선조들은 복날에 주로 개고기를 넣은 개장국(보신탕)을 즐겨먹었다. 양반들은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계탕의 원형인 닭백숙은 조선시대에서도 있었다. 복날 삼계탕을 먹는 문화는 1960년대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역사는 길지 않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보다 높고 지방은 적어 소화흡수가 잘 된다. 칼슘, 인, 비타민A, 비타민B1·B2 등의 영양소가 들어있고, 글루탐산과 아미노산 및 핵산 성분이 들어있어 강하면서도 산뜻한 맛을 낸다. 부재료인 인삼은 중추신경계, 심장혈관계, 내분비계, 면역체계에 도움을 주는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다. 노화를 방지하는 신비로운 생약으로 취급되는 대추, 알리신 성분이 비타민B1의 흡수를 높여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마늘 등 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부재료가 더해진다. 이 정도면 삼계탕은 여름 보양식의 대표 주자로 손색이 없다.

수박도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보충해주고 이뇨작용에 도움을 줘 신장 기능을 강화해 준다. 뿐만 아니라 붉은색 과즙에 들어있는 라이코펜 성분은 항암작용과 뇌졸중, 중풍을 막아주는 성분이다. 남성의 스태미나에 효과가 있는 시트룰린 성분이 들어있어 삼계탕과 수박을 함께 먹으면 여름 더위는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봄이면 학교 앞에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가 왔다. 아이들과 함께 병아리를 보기 위해 몰려갔고 용돈을 털어 병아리를 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병아리를 들고 집에 가서는 한참을 혼이 나고서야 병아리 집을 지어줄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병아리는 곧 죽었지만 필자가 산 병아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무럭무럭 자라 흰 깃털에 빨간색 왕관 같은 벼슬을 쓴 큰 닭이 되었다.

그해 여름 어느 날 저녁 밥상에 닭백숙이 올라왔다. 내가 학교에 간 사이 닭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뒤였다. 닭다리는 아버지와 오빠의 몫이었고, 언니, 남동생 국그릇에는 고기가 담겼지만 엄마와 나는 퍼석한 가슴살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그땐 다리가 최고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건강을 위해 가슴살을 선호한다. 닭고기는 특별한 안목이 없어도 부위별로 맛을 구분할 수 있어 개인마다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다. 가슴살은 지방은 적고 고단백질이며 메티오닌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이 소고기보다 풍부하지만 퍽퍽한 식감이 단점이다. 안심살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낮아 담백한 닭고기의 맛을 즐기기 좋은 부위다. 다리 살은 지방을 적당히 함유하고 있어 부드럽고, 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날개 살은 껍질의 비율이 높고 콜라겐이 풍부해 고소한 맛이 진하고, 비타민A가 풍부하다. 이렇듯 부위별로 영양소와 식감이 확연히 달라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다.

삼계탕은 이렇듯 한 마리를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부위별로 성분이 다른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계절보양식의 대표주자임이 분명하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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