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저하·납기 지연 우려
현대車 해외 판매 악영향
현대重 고객사 이탈 고심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19일부터 연대파업을 이어가자 외신과 주요 고객사들이 계속되는 파업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기업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대외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고객사들의 이탈까지 우려되고 있다.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의 방위담당 대변인인 필 고프 의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을 통해 “뉴질랜드 정부가 주문한 해군 급유함 인도가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 때문에 오는 2020년까지 인도될 수 없을지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신형 급유함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현대중공업과 건조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번에 발주할 신형 급유함 1척 가격은 2000년대 초 뉴질랜드 정부가 연안 초계정 4척 등 함정 7척을 사들인 가격과 맞먹는 규모로 매우 중요하다”면서 “해군 급유함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할 경우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지난 3년 동안 나빠진 노사 관계이며 최근 불거진 파업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게 될 뉴질랜드 해군 급유함은 남극 해역에서도 작전할 수 있도록 내빙 방한 장치를 갖춘 것으로 건조기간은 4년, 비용은 4억9300만달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분파업 정도로 선박건조 전체 조업일정에 영향을 준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반복되면 대외신인도가 하락, 신규 수주를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상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의 총 수주실적은 27척(83만CG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1척(685만CGT)보다 88%(CGT 기준)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도 올 상반기 13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노조의 5년 연속 파업소식은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해외 딜러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신차 판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국내 노조의 파업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제품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고객들이 파업이 잦은 기업에서 생산된 자동차 품질에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파업으로 하루에 자동차 1700여대를 만들지 못해 390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노조는 21일에도 4시간, 22일에는 14시간의 파업을 벌인다. 단순 계산해도 생산 차질액은 2000억원대로 불어난다.

무역협회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2014년 9월 울산 자동차 수출은 9억7000만달러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2015년 10월도 13억3000만달러로 전년비 13.5% 감소했는데, 이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파업이 장기화되고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게 되면 결국 대외신인도 하락과 고객사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는 물론 지역과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두 기업 모두 노사가 한발짝 물러나 접점을 찾아 하루빨리 파업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차형석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