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효정중의 창의력 수업

▲ 울산시 북구 효정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과학수업 시간에 체세포 분열을 주제로 참여학습을 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지난 15일 찾은 울산시 북구 효정중학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수업이 열렸다. 학습목표는 ‘체세포 분열에 대해 알아보기’.
 

과목마다 전담교실 지정해
학생이 찾아가는 수업 운영
모든 학생이 역할 바꿔가며
조별로 나눠 과제연구 진행
스스로 협력하며 답 찾아내

5명씩 4개의 모둠별로 앉은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자 조별로 커다란 전지를 꺼냈다. 전지에는 체세포 모형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져있다. 1조는 식빵, 2조는 열기구, 3조는 기차창문, 4조는 타코야키(공 모양으로 구운 일본 음식)로 체세포를 표현했다.

체세포 내의 염색체 등을 표현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학생들은 과자봉지를 잘게 자르거나 점토, 클립, 실, 못쓰는 이어폰, 면봉 등을 이용했고, 한 학생은 핵을 표현하기 위해 집에서 쓰는 수세미를 가져왔다. 핵이 꼬여있는 것이 수세미와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업을 참관한 한 교사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며 웃었다.

◇철저한 역할분배

무임승차는 안돼

이날 참여수업은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 체세포 분열 과정을 이해하는 ‘탐구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세포 모형과 분열 과정을 직접 그려보고 발표하며, 마지막에는 반론까지 제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목에는 명찰이 걸려져있었는데 5명 조원의 역할이 각각 부여됐다. M1(탐구수행)과 M2(탐구수행), W(이론·대본), P(반론·평론), L(탐구수행·발표) 등이다.

수업을 담당한 차선아 교사는 “학생 한 명이 계속 발표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역할을 돌아가며 맡게 된다”며 “참여학습의 기본은 협력이고, 그렇기에 무임승차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 모든 학생을 참여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3조에서 발표를 맡은 손모(16) 학생은 체세포를 ‘차세포’로 발음하는 등 긴장을 했지만 또래 친구들 앞에서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박수도 받았다. 소극적인 학생이었지만, 발표를 잘 해내자 교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 교사는 “학생들에게 ‘누구든 할 수 있다’ ‘다 잘 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있다”며 “손 학생이 리더가 돼서 발표를 잘 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수업시간에 학생에게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마인드 중요해

효정중학교는 전 수업에 ‘참여수업’을 하고 있다.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시험을 앞두고 몇 시간 가량 할 뿐이다. 효정중에서 참여수업이 대폭 확대된 것은 김수영 교장의 열의 때문이기도 하다. 김 교장은 일방적인 수업을 할 거면 차라리 ‘놀아라’고 교사들에게 말할 정도다.

김 교장은 “참여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핑계가 ‘수업시간에 시끄럽다’거나 ‘생활지도가 안된다’는 것 등인데 정말 핑계일 뿐이다”며 “일방적인 강의는 30명의 학생 중 수능 상위 3명만을 위한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7명은 안듣는데 이것이 진정한 수업인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참여수업이 자리잡으려면 교과교실제가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며 “모든 교구가 갖춰져 있는 교실이 있고, 교사가 참여수업에 대한 준비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과교실제는 과목마다 교실이 지정되는 제도다. 학생들이 교과별로 해당하는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효정중은 ‘선진형 교과교실제’로 일부 과목이 아닌 전 과목에 교과교실을 지정했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학생참여수업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위해 학교장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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