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예비율 2년만에 처음 10% 밑돌아 ‘비상…지자체 ’인력 타령‘ 단속 팔장

열대야가 사흘째 이어지고, 한 낮 폭염주의보가 잇따르는 등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5년 전 겪었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에어컨을 튼 채 버젓이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가들의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전력예비율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상가들은 손님이 줄어든다며 문 닫기를 꺼린다. 당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이어서 5년째가 된 ’개문냉방‘ 단속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의 한 의류 판매장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의류판매장 입구로 다가서자 무릎 아래로 찬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짧은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의 여성 3명은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찬바람에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3.8도를 기록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지만, 성안길 일대 상가 밀집지역은 문을 연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하는 매장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매장 앞에서 더위를 식히던 김모(16)양은 ”너무 더워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옷가게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여기 있으면 시원하다“고 말했다.

연일 찜통더위 속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절전 필요성은 더욱 커졌지만, 업소들의 ’개문냉방‘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한여름인 매년 7∼8월 개문냉방을 단속하고 있지만,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업소는 줄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연합뉴스가 청주 성안길 일대 상점 134곳을 확인한 결과, 문을 열고 냉방 하는 점포는 74곳에 달했다. 문을 닫고 영업 중인 업소는 60곳으로, 상점 둘 중 하나는 개문냉방 중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놓을 때는 문을 닫아놓았다가 내부가 어느 정도 시원해지면 문을 열어놓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는 상점도 상당수였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 5분 기준 전력수요가 6천960㎾까지 오르면서 전력 운영 예비율을 10.93%까지 떨어뜨렸다.

지난 11일에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예비율이 한 자릿수(9.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시적인 수요 급증에 따른 전기 부족으로 갑자기 모든 전력 시스템이 정지되는 블랙 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상점들이 나몰라라 문을 열고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이유는 손님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는 욕심에서다.

성안길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A(여)씨는 ”의류 매장 특성상 문을 계속 닫아놓으면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며 ”법규를 지키면 장사가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4개 서로 다른 매장이 줄지어 있는 화장품 판매점은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한 화장품 판매점 관계자는 ”가게 문을 닫고 영업하면 하면 문을 열어두는 것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지난 18일부터 ’문 열고 냉방영업‘ 단속을 시작했다. 이날 성안길 일대 150개 상점을 점검, 개문냉방 업소 7곳을 적발해 계도했다.

시는 전력 수급 위기가 예상되는 다음 달 19일까지 성안길 일대 상점 개문냉방을 집중 점검한다.

개문냉방을 하거나 냉방 온도를 준수하지 않아 최초 적발된 상점에는 경고장을 발부하며 2차 적발 시 50만원, 3차 적발 시 100만원, 4차 적발 시 200만원, 5차 적발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시는 지난해에 총 1천700개 업소를 점검해 14곳에 경고장을 발부했지만, 재적발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소는 없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단속 인력에 한계가 있어 상시 단속이 어렵다“면서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전력 수요 피크시간인 오후 2∼5시 불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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