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지역지, 오승환 야구인생 집중 조명

초등학교 체육 교사는 평범한 11살 소년에게 ‘가능한 한 멀리 공을 던져보라’며 손에 공을 쥐여줬다.

그는 친구들보다 월등하게 멀리 공을 던졌고, 교사는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렇게 야구를 시작한 선수는 (서울)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를 거쳐 프로 선수가 됐고, 스타 선수가 됐으며, 케이팝 스타와 만났고, 한국 야구의 전설이 됐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신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가 밝힌 ‘끝판왕’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탄생 비화다.

신문은 오승환이 어떤 계기로 야구를 시작했고, 미국에서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소개했다.

◇ “수술 뒤 공 던지는 것에 감사함 느꼈다” =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모두에서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은 올해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오승환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자를 압도했고, 7월부터는 주전 마무리로 승격해 9회 마운드에 오른다.

신문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 당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까지 모두 챔피언십 시리즈에 출전한 최초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구단 관계자에게 말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문은 오승환의 대학 시절과 프로입단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마무리투수가 되었는지 전했다.

오승환은 단국대 재학 당시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오승환은 “동료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며 야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 잠시 야구에서 떠나있으며 정신적으로 많은 걸 배웠다. 수술 전에는 때로는 훈련 때 게으름을 피웠는데, 돌아온 뒤에는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삼성에 입단한 2005년, 선동열 감독은 “배짱이 두둑하다”며 그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기면서 전설이 시작됐다.

오승환 통역을 맡은 유진 구는 “평소 오승환이 ’젊은 투수가 입단하면 다들 선발투수를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펜 투수의 매력을 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 젊은 투수들은 최고의 마무리를 꿈꾼다‘며 만족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 1시간 넘는 인터뷰, 전 여자친구 질문은 사양 = 투수에게 불펜은 카페와도 같다.

많은 선수가 등판을 기다리면서 압박감을 이겨내려고 동료와 잡담한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진 역시 마찬가지고, 올해 새로 팀에 합류한 오승환은 그들에게 흥미로운 존재다.

그가 어떻게 몸을 풀고, 경기를 준비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지켜본다.

신문은 “몇몇 선수는 오승환으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오승환의 영어를 봐주기도 한다. 한국 음식, 오승환의 전 여자친구가 속한 그룹 소녀시대, 한국과 일본 타자와 메이저리그 타자의 다른 점 등 대화 주제도 다양하다”며 팀에 녹아든 오승환의 모습을 묘사했다.

신문은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메이저리그에서도 무뚝뚝한 오승환의 모습을 전했다.

오승환은 서울 거리 한복판에서 자기를 알아보느냐는 질문에는 입꼬리만 살짝 올렸고, 미국을 처음 찾았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질문에는 “시차 적응에 애먹었다. 그것만 생각난다”는 대답만 내놨다.

끝으로 오승환은 전 여자친구인 소녀시대 멤버 권유리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1시간 가까이 진행한 이 날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대답했다.

“노코멘트(No comment).”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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