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누출·폭발사고 방지 노력 - 제3부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

▲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일렉트로닉스는 주요 밸브 지점에 내산성 패널을 이용한 보호막을 설치해 누출사고시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울산은 유독 누출·폭발사고가 잦다. 대형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고려아연 황산누출 사고로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지난해 7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선 누출된 가스가 폭발해 근로자 6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에서 누출·폭발·화재·파열사고로 237명이 다치고 27명이 숨진 바 있다. 석유화학공장들에게 있어 누출·폭발사고는 언제라도 피어날 수 있는 ‘숨어 있는 불씨’와 같다.

지역에는 누출·폭발사고를 막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들이는 사업장이 있고, 저렴한 비용이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사고를 예방하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전체가 아닌 일부 사업장에 불과하다. 지역 기업들이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누출·폭발사고 예방책이 널리 확산돼야 안전도시 울산을 만드는게 가능하다.

근로자 조작 부분 주요 밸브에
산성물질 견디는 패널 보호막 덮고
용접 배관·플랜지 접합 부위에는
내산용·투명 스프레이 가드 설치
독성물질 취급장소엔 제독시설도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일렉트로닉스는 산업용 가스를 만드는 업체다. 주로 반도체 세정가스로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한다. 농도 100%의 불산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누출사고 발생시 근로자뿐만 아니라 인근 사업장 근로자, 주민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로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인근 주민과 동·식물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줬을 정도로 불산은 위험한 화학물질로 꼽힌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근로자가 조작하는 주요 밸브 지점에 산성물질에 견딜 수 있는 패널을 이용한 보호막을 설치했다. 불산을 포함해 유해 화학물질이나 독성가스가 뿜어져나와 근로자들에게 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 이수화학은 산성물질이 누출될 경우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성물질에 반응하는 특수페인트를 사용하고 있다.

화학물질이 지나는 모든 배관의 플랜지 연결부위를 포함해 용접된 배관에는 내산용 스프레이 가드를 설치해 혹시모를 누출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플랜지 연결부위의 경우 개스킷 노후화 또는 볼트·너트 이상 등으로, 용접 배관은 부식 등으로 누출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지난 2007년 공장 설립 당시부터 이같은 안전조치를 했다.

또 수송용 차량에서 공장 내부 탱크로 불산을 옮기는 작업을 실내에서 진행한다. 만약 실외에서 불산을 옮기다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불산이 공기중으로 퍼져 근로자는 물론 인근 사업장, 주민 등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지만 누출시 흡입 장비 등이 갖춰진 실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누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 제일화성은 이송용 호스 연결부위가 느슨해져 화학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스프링으로 고정시켰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012년 구미 불산 사고 이후 에어프로덕츠코리아를 불산 관련 안전 우수사업장으로 꼽았다. 당시 불산을 다루는 전국 사업장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솔베이 온산공장 역시 지난 2010년께 배관 플랜지 부분이 누출사고에 취약하다고 보고 유해물질이 지나는 플랜지 접합 부위에 투명 스프레이 가드를 설치했다. 또 2013년께에는 가드 내부에 산성이나 알칼리 성분에 반응하는 리트머스 종이를 넣어 소량의 누출이라도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특수 페인트를 사용해 누출 여부를 육안으로 바로 알 수 있도록 조치한 업체도 있다. 석유화학업체인 이수화학은 산성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물에 노란색 페인트로 칠했다.

이 페인트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제품이 아니라 산성 물질에 반응해 색상이 변하는 변색 페인트다. 한통(950㎖)에 20만원으로 다소 고가이긴 하지만 누출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대형사고를 방지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은 독성물질 취급장소에 가스 누출시 경보음이 울리면서 제독시설이 작동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은 독성물질 취급장소에서 가스가 누출될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동시에 물이 뿜어져 나오는 제독시설을 설치했다. 인근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멀리서도 누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설비다.

제일화성은 화학물질 이송용 호스 연결부위가 압력, 진동 등으로 느슨해지거나 풀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풀림 방지용 스프링으로 연결부위를 고정시켰다.

롯데정밀화학과 제일화성, 이스트만화이버코리아 등은 취급하는 화학물질 또는 안전점검이 이뤄진 시기 등에 따라 배관 색깔을 달리해 검사 누락 또는 근로자 착오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이철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누출·폭발 등에 따른 사고의 경우 사상자의 10% 이상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사업주들은 다른 사업장의 좋은 안전정책을 도입해 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들 역시 안전수칙이나 매뉴얼을 철저히 지켜야 사고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경상일보-울산 고용노동지청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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