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성 울산중앙병원 심장내과 전문의가 심방세동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TV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등장인물이 갑자기 충격을 받고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을 여러 번 보게 된다. 이때 흔히 뇌졸중이라고 진단 내린다. 뇌졸중이 그렇게 쉽게 발생할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가 뇌졸중이라 한다. 이런 뇌졸중은 여러 가지 생활습관에서 야기되기도 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기저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중 심방세동에 대해 이진성 울산중앙병원 심장내과 전문의와 알아본다.

심방의 수축기능 이상으로 발생
7일이상 이어지면 ‘지속성 심방세동’
48시간내 완화·악화 반복땐 ‘발작성’
방치땐 만성 심장병으로 진행될수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부정맥 질환

심장은 전신으로 피를 공급하는 펌프다. 이 심장은 크게 심방과 심실로 구성돼 있으며, 심방에서 피를 짜서 심실로 보내면, 심실이 다시 전신으로 피를 보낸다. 이런 움직임은 심장 근육이 수축하라고 하는 전기적 신호가 심방의 특정 부위에서 만들어져 심실로 내려가면서 이뤄진다.

이때 심방의 특정 부위에서만 전기 신호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심방 여기저기에서 많은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면 심방 기능이 상실하게 된다. 이를 ‘심방세동’이라고 하는데 분당 400~600회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이다.

이진성 울산중앙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심방세동의 ‘세동’이라는 것은 아주 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심방 여기저기서 무수히 생기는 전기 신호 때문에 심방이 제대로 수축을 못 하고, 파르르 떨면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불규칙적 전기 신호가 심실로 전해지면서 심실 또한 불규칙적으로 수축한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부정맥 질환 중 하나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해 65세 이상인 경우에는 약 5%의 유병률을 보인다.

이런 현상이 7일 이상 지속되면 ‘지속성 심방세동’이라 하고, 48시간 내로 정상화됐다가 다시 생기는 것을 반복한다면 ‘발작성 심방세동’이라고 한다.

이진성 전문의는 “발작성 심방세동은 특별한 원인이 되는 심장질환 없이 정신적인 스트레스, 격심한 운동, 수술, 과도한 음주 등이 원인이 되고, 지속성은 고혈압, 판막 질환, 심혈관 질환, 심근증, 심부전, 선천성 심질환 및 만성 폐질환 등이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만성 심장병으로 진행될 수 있어

심방세동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가슴의 두근거림이나 불편감을 호소하고, 피곤함, 부종, 운동 시 호흡 곤란 등의 심장 기능 약화 증상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신하거나 어지러움이 생기기도 한다. 심근경색과 같은 갑작스럽거나 극심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전문의는 “심근경색은 심실의 수축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이고, 심방세동은 심방의 수축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이다. 심장의 기능을 심실이 75% 정도를 담당하고, 심방이 25% 담당한다. 때문에 심실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심근경색이 오면 죽음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데 비해 심방세동은 치명적인 병이 아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심장병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모든 뇌경색 환자의 약 15~20%는 심방세동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문의는 “뇌경색의 원인도 다양하지만 그중에 혈관 안에 생기는 피딱지, 즉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서 생기는데 그 혈전이 심장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방세동이 있으면 더 잘 생긴다. 물은 고이면 썩지만 피는 고이면 들러 붙어서 혈전이 생긴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심방의 수축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심방 내에서의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혈전이 잘 생긴다”고 설명했다.

◇고연령일수록 발병률 높은 질환

심방세동은 환자의 증상과 심전도로 진단할 수 있으며, 원인을 찾기 위해 피검사, 심장초음파, 운동부하검사, 심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한다. 발작성 심방세동 같은 경우에는 심방세동의 심전도를 잡아내기가 어려울 때가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24시간 심전도를 반복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이후 환자의 증상, 병의 경과에 따라서 심방세동을 정상 심장박동으로 교정할 것인지 아니면 심장이 힘들지 않게 진정시키는 쪽으로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 전문의는 “나이가 많고 증상 기간이 길다면 정상 심장박동으로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호흡곤란, 부종, 두근거림을 완화하는 쪽으로 약물치료를 한다. 나이가 어리고, 증상 기간이 짧거나 발작성이라면 다시 정상 심장박동으로 돌리는 시도를 해보는데 그 방법은 약물치료, 전기충격요법, 전극도자절제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에 대한 치료 외에도 혈전의 위험성 때문에 항 혈전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 혈전치료는 환자의 나이, 성별, 기존질환, 심장상태를 보고 항 혈전치료의 부작용인 출혈의 위험성을 감안해서 약을 사용한다.

끝으로 이 전문의는 “심방세동은 나이와 많은 연관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점차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면 이 질병의 유병률 역시 높아질 것이다.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인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로 비용이 많이 발생 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적극적인 선별검사 통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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